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3년 6월 1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3 확대경영회의’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SK)
상고심 쟁점은 SK㈜가 LG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잔여 지분(29.4%)을 인수할 기회를 포기하고, 이를 최 회장이 사적으로 취득하게 것이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 제공’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됐다.
대법원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최 회장이 이 사건 지분을 취득하게 한 행위가 ‘사업기회 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바라보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전체를 취소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의 한 유형인 ‘사업기회 제공행위’가 대법원에서 다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은 계열사의 다른 회사 인수에 있어 특수관계인이 소수지분을 취득한 행위가 ‘사업기회 제공’과 바로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개별적인 상황을 따져 심사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해당 계열회사가 소수지분 취득 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었고 그 기회의 포기가 적극적·직접적인 사업기회 제공과 동등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단 것이다.
대법원은 “계열회사가 유망한 사업기회를 스스로 포기해 특수관계인 등이 사업기회 취득을 묵인하는 등의 소극적 방법으로도 사업기회 제공이 가능하다”면서도 “이 경우 그러한 제공이 적극적·직접적인 제공과 동등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SK가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 제공행위’를 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2017년 SK㈜는 LG(003550)로부터 실트론 지분 51%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KTB의 19.6% 지분을 추가 확보하면서 SK는 총 70.6% 지분을 보유했다. 나머지 29.4%는 우리은행이 공개입찰에 부쳤으나, SK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최 회장이 낙찰받았다.
공정위는 2022년 이를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으로 판단하고 동일행위 반복금지 명령과 함께 총 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K측이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사업기회를 최 회장에게 묵시적으로 제공했다고 본 셈이다. 최 회장과 SK 측은 정당한 투자의 일환이었다며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도 지난해 1월 “SK가 최태원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행위를 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