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지난 2017년 10월 23일 조은석 당시 서울고검장(오른쪽)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앞서 국감장에 도착하는 의원들을 기다리는 모습. 2025.6.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법불아귀(法不阿貴)
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 수사를 맡은 조은석 특별검사팀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특검 출범 이후 첫 소환 조사부터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면서 향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지난한 수싸움이 예상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특검과 윤 전 대통령은 '특수통 검사'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수통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다 보니 첫 대면 일정을 잡는 과정부터 순탄치 않은 모양새다.
조 특검은 임명된 지 6일 만인 지난 18일 3대 특검 가운데 가장 먼저 수사를 개시하며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특검 사무실 현판식은커녕 자신을 보좌할 특검보 인선도 완료되기도 전이다. 법조계 전반에선 특수통다운 면모라고 평가했다.
조 특검은 지난 24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전격 청구하면서 속도전의 전형을 보여줬다. 경찰의 3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형법상 특수공무집행방해,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교사 등 혐의를 적용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정당한 절차에 따른 특검 요청이라면 소환에 적극 응하겠다'는 입장을 적극 피력하면서 가까스로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 발부를 면했다.
윤 전 대통령 신병 확보에 실패한 조 특검은 즉시 오는 28일 오후 9시 출석을 통보하며 고강도 소환 조사를 예고했다.
조 특검은 내부 회의에서 '법불아귀'(法不阿貴)를 언급하며 다른 피의자와 같이 윤 전 대통령에게 성역 없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불아귀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사상가인 한비자의 경구로, 법은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박지영 특검보도 24일 체포영장 기각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은 여러 피의자 중 1인에 불과하다"며 "끌려다니지 않아야 한다"면서 법불아귀를 재차 언급했다.
이에 맞서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의 통보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서 조항을 달았다. 조국 전 장관 사건을 언급하며 비공개 출석 조사를 요청하고 출석 시간도 기존 통지받은 시간에서 한 시간 늦춘 오전 10시로 변경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체포영장 기각, 법불아귀는 위법한 수사를 자행하는 권력기관에 대한 경고"라며 조 특검 측의 법불아귀 인용을 되받아쳤다. 아울러 "형사소송법상 강제수사는 최소한도 내에서 적법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특검은 오는 28일 첫 소환 조사를 시작으로 구속영장 청구 전까지 윤 전 대통령을 향후 여러 차례 소환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형사소송법상 20일 이내 기소해야 하기에 구속 전 충분히 조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더욱이 내란 혐의는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수사가 진전된 반면, 외환 혐의는 특검팀이 향후 주도해 풀어가야 할 과제다. 북한에 대한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적인 어려움 등이 있어 입증에 난항이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 역시 특수통 이력을 토대로 철벽 수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피의자 권리와 방어권 보장, 적법 절차 준수 등을 강조하며 특검 수사 과정에 하나하나에 제동을 걸 여지가 있다.
변호인단은 지난 23일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 8차 공판에서 처음 공판에 출석한 조 특검팀을 향해 "특검법은 기존 기소된 사건까지 이첩을 받아 공소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위헌 조항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특검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특검법이 헌법에 어긋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거나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조 특검이 기습 체포 영장을 신청했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자진 출석을 끌어낸 것"이라며 "조 특검은 윤 전 대통령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라고 두 특수통 검사 출신의 강 대 강 싸움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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