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가득메운 로스쿨생 70여명…"실제 변론 접해 큰 도움"

사회

이데일리,

2025년 6월 26일, 오후 05:50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26일 오후 2시 서울행정법원이 개최한 ‘열린 강좌’ 법정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 70여명이 몰렸다. ‘미공개 정보 이용 여부’를 놓고 원고와 피고 측의 팽팽한 공방이 벌어졌고 학생들은 숨죽여 양측의 변론에 집중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6일 오후 열린강좌의 일환으로 ‘열린 법정’을 열었다. 이날 열린 법정에 경북대, 경희대, 서울대, 충남대 등 법학전문대학원생 및 학부생 70여명이 참석하고 있다.(사진=서울행정법원)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오후 열린강좌의 일환으로 ‘열린 법정’을 열었다. 열린강좌는 소송대리인 등에게 최근 행정소송의 동향 및 실무를 소개하고 소통하며 사법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부터 시작해 조세, 난민, 통번역, 학교폭력을 주제로 4차례 강좌가 열렸다.

이날 열린 법정에는 경북대, 경희대, 서울대, 충남대 등 법학전문대학원생 및 학부생 70여명이 직접 실무를 경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서울행정법원 14부(재판장 이상덕)는 총 3개의 사건 변론 진행 과정을 이들에게 공개했다.

첫 사건은 외국계 전문 투자기관이 증권선물위원회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취소 소송의 첫 변론이었다. 원고인 호주의 한 펀드매니지먼트사는 2019년 10월 홍콩의 한 증권사로부터 SK하이닉스(000660) 블록딜 매수 제의를 받고 같은 날 5차례에 걸쳐 매도스왑을 진행했다. 블록딜이란 특정 주식 대량의 지분을 한꺼번에 매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매도스왑은 실제 주식은 사고 팔지 않지만 ‘주식을 판 것 처럼’ 상정하고 계약 종료 시점에 주가가 어떻게 변했는지에 따라 손익을 정산하는 파생계약이다.

증선위는 원고의 이 같은 매도스왑이 블록딜 거래 정보 공개 전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시장질서를 교란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과징금 2억5300만원을 부과했고, 원고는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6일 오후 열린강좌의 일환으로 ‘열린 법정’을 열었다. 이날 열린 법정에 경북대, 경희대, 서울대, 충남대 등 법학전문대학원생 및 학부생 70여명이 참석하고 있다.(사진=서울행정법원)
이날 법정에선 ‘원고 측이 블록딜 정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거래가 실제 시장질서에 영향을 미쳤는지’, ‘블록딜 거래를 악재성 미공개 정보로 볼 수 있는지’ 등을 놓고 격론이 오갔다.

원고 측은 “거래 당시 정보는 확정된 것이 아니었고 매도스왑은 통상적인 헤지 수단이었다”며 과징금 부과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하려면 블록딜이 악재성 중요 정보여야 하는데, 원고가 악재성 정보라는 인식도 없었을 뿐더러 모든 블록딜이 악재성 정보라고 할 수 없고 정보공개 후 주가가 오히려 상승했다고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에 피고 측은 “법원은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이 실제 주가에 영향을 미친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만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며 맞섰다. 그러면서 “실제 주가 하락이 요구된다면, 주가가 하락하지 않은 명백한 미공개 정보 이용에 대해서도 처벌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며 입법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방청석을 가득 메운 학생들은 쌍방 대리인의 프레젠테이션과 날카로운 질의응답을 꼼꼼히 메모하며 경청했다. 양측은 거래 시각, 주문량, 주가 변동 흐름까지 스크린에 띄워가며 적극 변론했다. 재판부는 오는 8월 23일 한차례 변론을 더 이어간 뒤 그날 종결하기로 했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기업금융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민지(27)씨는 “평소 관심이 있었던 행정법원 사건과 자본시장법 사건의 실제 변론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이런 방청 기회가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민과 소통하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열린 강좌 및 열린 법정 행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