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행정법원 전경. (사진=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충북 청주시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A씨는 2021년 8월 이미 사용했던 주사기를 새 주사기로 착각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내원한 환자 B씨에게 찌르고 말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의료법 상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금지’ 위반으로 보고 2023년 6월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A씨에게 통지했다. 이후 A씨는 B씨와 의료분쟁조정 중재합의를 통해 510만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고 2024년 7월 최종적으로 3개월의 자격정지를 확정받았다.
이에 A씨는 3개월 자격정지 처분도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주사액이 없는 빈 주사기 바늘을 찔렀을 뿐 실제 주사액을 주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법상 금지된 ‘주사기 재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법 상 의사 면허 자격을 정지하는 법 조항은 고의 위반만을 대상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A씨의 행위는 고의가 없는 단순 실수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주사기에 주사액이 들어있었는지 여부, 주사액을 주입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일회용주사기 재사용에 따른 감염의 위험 등을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의가 아니어서 법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원고 주장과 같이 법 규정이 고의의 경우만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행정법규 위반에 대해 가하는 제재조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부과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아울러 “고의로 범한 것이든 과실로 범한 것이든 상관없이 일회용으로 허가받은 주사기를 재사용해 환자의 신체에 접촉하는 경우, 감염의 위험 등으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의료질서를 현저히 훼손하게 될 우려가 크다”며 “이 사건 사고가 과실에 의한 것이고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감염병 등 별다른 이상 증상이 발현되지 않았다고 해 그와 같은 사안을 가볍게 취급할 수도 없다”고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처분이 지나쳐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가 B와 합의했다는 사정을 고려해 자격정지 기간을 3개월로 감경했는 바, 처분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