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직장 내 괴롭힘을 막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6년이 지났지만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 10명 중 2명이 죽음까지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경험'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4.5%가 지난 1년 사이 직장에서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유형별(중복 응답 가능)로 보면 상대를 무시·비하하거나 헛소문을 퍼뜨리는 모욕·명예훼손(18.8%)을 경험했다는 직장인이 가장 많았다. 업무를 떠넘기고 야근을 강요하는 등 부당 지시(18%), 회식이나 음주, 흡연 등을 강요하는 업무 외 강요(17.1%)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이들 중 42.6%가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고 봤다. 응답자 유형별로 보면 여성(44.7%)이 남성(40.9%)보다, 비상용직(48.1%)이 상용직(39.4%)보다 괴롭힘이 심각하다고 느꼈다.
이들 중 18%가 죽음이나 자해를 고민해 봤다고 응답했다. 고용이 불안한 비상용직(27.1%)이 상용직(12.5%)보다 죽음을 떠올린 비율이 높았다.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괴롭힘을 당한 직장인 중 과반(55.75)이 참거나 모른 척했고, 회사나 노조 등 관련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15.3%에 불과했다.
신고하지 않는 이유는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고(47.1%), 향후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 같기 때문(32.3%)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괴롭힘 경험 여부와 무관하게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기 쉽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말에 73.5%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재직 중인 직장 규모 5인 미만(83.1%)이거나 여성(80.1%), 비정규직(79%)일 경우 더욱 신고가 어렵다고 봤다.
직장인들은 신고 후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36.6%) 신고를 망설였다. 또 신고인·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거나(36.3%), 신고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20.5%)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시내 한 지하철역에서 직장인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3.10.10/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있는 △5인 미만 △프리랜서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 등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사용자인 경우 '셀프 조사'하는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사용자가 괴롭힘 행위자라고 해도 근로감독관 조사와 사용자 조사가 병행된다.
김유경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고용노동부는 내부 사건 처리 지침의 불합리하고 부당한 부분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며 "아울러 사건 조사 시 '일회성 행위이므로 괴롭힘이 아니다'는 법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판단 기준을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인권침해 문제"라며 "이 문제만이라도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일하는 사람에게 모두 적용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9년 근로기준법 일부가 개정되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법 조항이 추가됐다.
근로기준법 제76조에 따르면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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