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직 해병 수사 방해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 2025.6.25/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해병대원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이른바 'VIP(윤석열 전 대통령) 격노설' 규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VIP 격노설은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열린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의 해병대원 순직사건 초동수사결과를 보고받고는 격노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주요 혐의자에서 제외하는데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순직해병특검팀은 지난 8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조사를 거쳐 VIP 격노설의 실체에 다가가고 있다.
특검팀은 그간 조사에서 격노를 인정하는 진술을 확보한 만큼 회의 참석자들을 연이어 불러 VIP 격노설 실체를 보다 명확히 할 계획이다.
이명현 특검팀은 전날(14일) 오후 2시 이충면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정민영 순직해병특검 특별검사보는 "이 전 비서관은 당시 윤 전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한 사람"이라며 "그날 회의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그 부분 조사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을 상대로 'VIP 격노설'이 촉발한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수사 결과 보고 직후 윤 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고 이후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조사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1일 김태효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7월 31일 회의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수사 결과 보고를 받고 격노하는 것을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이보다 사흘 전 김계환 전 사령관 피의자 조사에서 'VIP 격노를 언급했다는 부하들의 진술은 거짓말이냐'는 질문에 '부하들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격노설을 일부 인정하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해병대 고위관계자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단계에서 김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언급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지난 10일부터 VIP 격노설에 연루된 피의자·참고인들의 사무실 및 주거지 등 총 20여곳을 압수수색 해 휴대전화 30여대, 컴퓨터 하드디스크 10여개 등 압수물을 확보했다.
특히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사용한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다만 두 사람 측이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 요청을 거부해 대검찰청에 잠금 해제와 포렌식 작업을 요청했다.
특검팀은 압수물 분석과 함께 그간 진술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국가안보실 회의에 참석한 이들을 연이어 부를 예정이다. 당장 이번 주에는 왕윤종 전 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특검은 왕 전 비서관 조사 이후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당시 안보실 2차장),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당시 회의에 대해 아는 인물들을 폭넓게 불러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VIP 격노설 규명은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에 대한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사령부의 광범위한 외압 의혹과 함께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대령)을 집단항명수괴로 무리하게 수사해 기소까지 이른 '하명수사 의혹'의 열쇠와 같다.
앞서 이 특검은 지난 9일 박 대령의 항명 등 혐의 2심을 항소취하하면서 "군검찰이 집단항명 수괴로 입건해 항명죄로 공소제기를 한 건 공소권 남용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중앙지역군사법원 역시 판결문에 국방부검찰단이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직접적으로 적시해놓았다.
다만 1심 법원은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는 단순히 직무상의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면서 "(군검찰이)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자의적으로 기소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조사본부는 지난해 5월 박 대령을 집단항명수괴로 입건해 끝내 항명 등 혐의로 기소한 염보현 소령(현 육군 제9사단 소속)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후 불기소 의견으로 지난 3월 국방부검찰단에 사건을 송치했다.
염 소령은 2023년 8월 2일 경북경찰청에 순직사건 수사 기록 이첩을 강행한 박 대령에게 '집단항명수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를 언급했다는 박 대령 주장은 망상이라고 청구서에 적시했다. 해당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 박 대령 측은 지난해 3월 염 소령을 국방부조사본부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감금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염 소령은 국방부조사본부 피의자 조사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박 대령 수사를 진행한 것은 아니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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