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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쉬는 시간의 모습이 스마트폰 보편화 이전과 이후로 크게 나뉜다고 한다. 과거 쉬는 시간은 학생들이 친구들과 떠들고 장난치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이제는 쉬는 시간이 되면 모두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기에 교실이 조용해졌다고 한다. 마침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곧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중독과 인권 차원에서 찬반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사용은 교육 목적과 교육 외 목적으로 나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교육 외 목적으로의 과다 사용이다. AI를 포함한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에 따른 문제를 줄이고, 긍정적인 효과를 살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학생, 학부모, 교육기관, 기업, 정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범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i세대(iGen)
i세대(iGen)는 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로,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의 진 트웬지 교수는 그의 저서 'i세대'(iGen)에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iGen'은 '인터넷'(Internet)과 '아이폰'(iPhone)의 'i'를 따온 것으로, 이 세대가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기술과 함께 성장했음을 강조하는 용어다.
국가와 사회는 새로운 기술적 환경에 체계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아이들을 그대로 노출하게 됐다. 청소년을 중독시키는 SNS 회사의 횡포를 제대로 막지 못해 i세대의 행동, 가치관, 심리적 특성이 앞세대와 크게 달라졌다.
트웬지 교수에 따르면 이 세대는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우울증, 불안, 외로움 등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자살률과 자해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경제적 자립을 이루는 시기도 다른 세대보다 늦다는 분석이 있다. 또한 과보호적인 부모의 영향으로 자립성이 떨어지고, 어려운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고 경고한다. 우리나라 i세대에서도 우울증과 자살률 급증, 노는 대졸자 급증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i세대 문제 완화 대책
i세대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학교와 부모가 협력해 청소년들이 SNS에 중독되지 않고, 스마트폰 사용을 절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보듯이 SNS 중독 문제는 학교의 교사와 학부모가 그리고 학생들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교육청들이 하듯이 학생을 중독시키는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의 SNS 기업 대상 소송을 제기해 학생 가입과 활용 시간 조절, 과다 사용을 부추기는 프로그램 개선 등을 유도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국회가 나서서 학생들의 SNS 중독에 대한 기업들의 책임을 묻는 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AI세대
AI세대는 i세대의 부정적인 특성에다가 AI 의존성과 중독성까지 보이는 세대를 의미한다. AI세대는 AI의 발달로 인해 구직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AI 의존과 중독으로 인해 실력을 쌓지 못한 사람의 비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대학교수 대상 강연에서 교수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은 학생들의 AI 표절 문제다. 아무리 금지해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맞춤법도 틀리던 학부생이 갑자기 수준 높은 보고서를 제출할 때,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던 대학원생이 단 며칠 만에 보고서를 완성해 제시할 때 AI 표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AI 사용을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학교와 학부모가 협업해 이들의 AI 의존성과 중독성을 제대로 극복시켜 주지 못한다면, 필요한 역량을 기르지 못한 청소년의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학생 간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이는 계층 간의 소득격차 심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AI세대 문제 완화 대책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AI에 노출된 청소년을 위해서는 AI의 제대로 된 활용은 지원하되, 그 과정에서 나타날 의존·중독 현상을 완화할 대책을 세심하게 만들고 실행해야 한다. 당연히 국가와 사회 그리고 기업들도 미래 시민의 역량 개발을 위해 AI 의존과 중독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탐색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AI 의존·중독 문제를 방치하면 AI세대는 심리적인 면만이 아니라 실력과 건강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사람의 비율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높을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폰 사용 금지법 제정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AI세대를 위한 바람직한 교육 방향을 재정립하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여건을 갖추길 기대한다.
☞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정책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디지털교육분과 위원장, 전남민관산학 교육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대한교육법학회장, 한국교원교육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고의 교수법, 리더십 등을 주제로 1000회 이상의 강연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실력의 배신(2018),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2024) 등 20여 권이 있고, 100여 편의 논문과 1000편 이상의 각종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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