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출석만 185회'…이재용의 서초동 악몽 드디어 끝났다

사회

뉴스1,

2025년 7월 17일, 오전 11:45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025.5.3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을 9년 넘게 옭아맸던 사법리스크가 해소됐다. 이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에 따른 불법 승계 의혹 사건' 상고심에서도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으면서다.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턴 만큼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동안 이 회장은 잦은 법원 출석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삼성의 의사결정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과감한 인수합병(M&A)에 나서기 힘들었고 장기간 해외 출장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제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만큼 이 회장이 전 세계를 누비며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9년간 재판 출석만 185회…이 회장, 사법 족쇄 벗어나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 지배력 강화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가 없다고 판단, 이 회장의 19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사법부의 최종 결정으로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진 지 약 5년 만이자,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9년 동안 이어진 사법 족쇄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 회장은 부당합병 사건 재판으로 인해 102차례 법원에 출석했다. 2020년 10월부터 시작된 1심 재판 당시 107회 열린 공판에 96회 출석했다. 2심에서 진행된 6번 재판에 모두 출석했다. 1심부터 무죄 선고가 나오기까지 4년 3개월이 걸렸다.

이 회장의 '서초동 악몽'은 국정농단 때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6년 11월 검찰의 이 회장 소환조사로 본격화한 수사가 재판으로 이어지면서 이 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565일간의 수감 생활도 했다. 당시 재판 출석 횟수만 83회로 부당합병 사건까지 합치면 185회에 달한다.

예상대로 무죄가 확정되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9년 만에 '사법 리스크'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이에 반등 기회를 찾아야 하는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무죄 선고가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직원 등이 오가고 있다. 2025.7.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초동 악몽서 벗어난 삼성전자, 위기 구할 이 회장 리더십 기대
서초동 악몽이 지속되는 동안 조타수를 잃은 삼성전자는 위기를 맞이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마저 해체하면서 정체가 지속됐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는 인공지능(AI)발 훈풍에도 메모리 기술경쟁력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부문은 2024년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에 사상 처음으로 뒤처졌고, 올해는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선 이번 판결로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면서 이 회장이 더욱 과감한 사업 재편과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 회장은 2심 무죄 선고 직후부터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동안 중단됐던 인수합병(M&A)이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FläktGroup)을 2조 3000억 원대, 미국 마시모(Masimo) 사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 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최근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인 '젤스(Xealth)'도 인수했다.

글로벌 행보도 본격화했다. 이 회장은 지난 9일부터 13일 글로벌 재계 거물들의 비공개 사교 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2심 무죄 선고 직후인 지난 2월 4일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인공지능(AI) 투자를 논의했다.

이 회장은 중국도 방문,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 CEO들과 잇달아 만났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글로벌 경쟁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 시대"라며 "이 회장이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뉴삼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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