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CBAC)로 귀국하고 있다. 2025.4.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목을 잡아 왔던 '사법리스크'가 마침표를 찍었다.
이 회장은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부당하게 추진했다는 의혹을 10년간 받아왔다.
1, 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무죄를 선고받으며 검찰에 '완승'을 거둔 이 회장은 사법리스크에 종지부를 찍고 '편법 승계'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자본시장법위반 등 혐의 범죄 증명 없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위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이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서버,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미전실) 차장의 휴대전화에서 추출된 문자메시지 등 주요 증거에 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등 검찰 수사의 절차적 부분에 하자가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9월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그룹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부당하게 추진·계획하고,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 5000억 원대 분식 회계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檢, 대대적 압수수색 거쳤지만…"위법수집증거" 발목
검찰은 삼성그룹이 '프로젝트-G(Governance·지배구조) 승계계획안'을 짜고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작업을 실행했다고 의심했다.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삼성물산에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합병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또 합병 단계에서는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시세 조종, 거짓 공시 등을 주도했다고 봤다.
하지만 100차례 넘게 진행된 재판 끝에 1심은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공장 내 바닥 마루를 뜯어 덮는 방식으로 은닉한 서버와 노트북 등에서 2270만 건 상당의 디지털자료를 선별해 압수·분석하는 등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다.
1심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이 위법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취득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검찰은 항소심에서 1300쪽이 넘는 항소이유서와 2000여 건의 증거를 추가 제출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2심의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서버·삼성바이오로직스 서버 압수·수색 과정에서 탐색·선별 등의 절차의 존재 및 실질적인 참여권 보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장 모 전 차장 등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에 대한 선별 절차가 없었고, 범죄혐의와 관련성 없는 정보를 삭제·폐기하지 않았으며, 그로 인한 2차 증거 역시 적법절차를 침해해 수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 형사 사법 리스크 종결…민사 소송에도 영향
앞서 1, 2심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 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위법·부당하게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지 않았다고 봤다.
또 삼성바이오 2015년 회계연도 분식 회계 혐의와 관련해서는 "판단에 이르는 근거와 과정에 최소한의 합리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고, 2014년 회계연도 분식 회계 혐의에 대해서는 "공시 내용이 다소 미흡한 사실은 인정되나 과실을 넘어 고의가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 증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이날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결국 승계 목적의 위법한 합병과 고의적 회계 조작이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은 법원에서 모두 인정되지 않게 됐다.
이로써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은 이후 남아있던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도 종결되게 됐다.
한편 이날 대법원 판결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이 이 회장 등을 상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손해를 봤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 이 회장 등 삼성 전·현직 경영진과 삼성물산에 불법 합병으로 발생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총 5억1000만 원이다.
이날 이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분식회계 혐의 재판이 무죄로 확정되면서 피해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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