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손준성 탄핵 기각…"일부 헌법 위반, 파면 정도 아냐"(종합)

사회

뉴스1,

2025년 7월 17일, 오후 03:05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장)가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고발사주 의혹 탄핵심판 첫 정식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공동취재) 2025.5.1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헌법재판소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를 기각했다. 지난 2023년 12월 탄핵 심판이 시작된 지 약 1년 7개월 만이다.

헌재는 17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손 검사장의 탄핵 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관여 재판관 7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고발 사주 사건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대검찰청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해달라고 여권에 사주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장은 고발장 이미지와 판결문을 텔레그램으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였던 김웅 전 의원에게 두 차례 전달한 혐의로 2022년 5월 기소됐다. 이듬해 12월 국회가 손 검사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가결하면서 손 검사장은 직무가 정지됐다.

헌재는 손 검사장이 같은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는 점을 고려해 탄핵 심판 절차를 정지했다가 지난 4월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하자 탄핵 심판 절차를 재개했다.

"텔레그램 메시지 원본 생성자는 손준성…제공은 증거 부족"
헌재는 이날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고발장 관련 자료, 실명 판결문 및 1·2차 고발장 사진 등을 담은 텔레그램 메시지의 원본 생성자가 손 검사장이라는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피청구인이 김웅에게 1차 고발장 관련 자료, 이 사건 실명 판결문 및 1, 2차 고발장 사진 등을 담은 메시지들을 전송하고 김웅과 공모해 이를 미래통합당 측에 제공하였다는 점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공직선거법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수사정보정책관실 수사관이 제보자 지현진 씨 관련 실명 판결문을 검색하거나 조회한 사실은 확인되지만 이를 손 검사장이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나아가 설령 검색 과정에 관여했다고 하더라도 당시는 '검언유착' 등 보도가 이어지고 있었으므로 검찰 관련 주요 언론보도 제보자와 관련된 판결문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통상적으로 수집·관리하는 정보 범위 내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파면할 정도는 아냐"
헌재는 손 검사장이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1, 2차 고발장은 검찰 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한동훈 검사장 등을 상대로 한 비판적 언론 보도에 대응해 제보자의 신원 및 전과내역을 밝혀서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최강욱·황희석 등 당시 범여권 정치인 등의 검찰 구성원 등에 대한 의혹 제기 배경을 언급하며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고발해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정치적인 의도가 포함된 1, 2차 고발장 사진 등을 담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원본 생성해 누군가에게 전송함으로써 고도의 정치적 민감성을 지닌 정보를 생성해 전달했다"며 "해당 자료는 누구에 의해 어떤 목적으로 활용될지 예측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고, 실제 피청구인이 누군가에게 전송한 시간과 큰 시간차 없이 국회의원 선거 기간에 미래통합당의 김웅을 거쳐 조성은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이어 "피청구인이 해당 메시지들을 직접 전달한 상대방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를 가진 1, 2차 고발장을 유통 가능한 상태로 누군가에게 전달한 행위만으로도 충분히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손 검사장이 검사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구 검찰청법 제4조 제2항 및 공무원의 공익실현 의무를 천명한 헌법 제7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관들이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 2025.7.17/뉴스1

다만 헌재는 이 같은 헌법·법률 위반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헌재는 "피청구인의 행위 행위는 국가기관의 권한을 국민 전체의 이익이 아닌 검찰 등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서, 이러한 행위만으로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검찰에 대한 신뢰가 저해될 수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그 위법성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청구인이 고발장이 실제로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통제하거나 이를 지속적으로 확인·관리했다고 볼 객관적인 근거가 없고, 피청구인과 김웅, 나아가 미래통합당 사이에 명확한 연결고리는 드러나지 않았다"며 "실제로 1, 2차 고발장은 이 사건 선거일까지 대검찰청에 접수되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된 사실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청구인이 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도로 법률 위반을 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아울러 공수처 검사가 피청구인의 고발장 작성 지시 관련 혐의를 혐의없음 처분한 점, 서울고법은 피청구인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했고 그 판결이 확정된 점 등을 고려하면 피청구인의 행위가 그 자체로서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이 중대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기각 결정했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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