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 해촉처분 위법…정당한 사유 없어"(종합)

사회

뉴스1,

2025년 7월 17일, 오후 07:14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열린 미디어혁신범국민협의체(가칭) 추진을 위한 의견수렴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7.16/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해촉 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덕)는 17일 오전 정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방심위 부위원장에 대한 해촉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정 전 위원장은 지난 2023년 8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을 상대로 해촉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방심위가 민간 독립기구라며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하지만 2년 만에 본안소송인 해촉 처분 취소청구가 인용되면서 판결이 뒤집힌 셈이다.

본안소송 재판부는 "대통령의 방심위원 위촉·해촉을 공법상 계약관계라고 할 수 없고, 위원 해촉 통보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에 대한 근거로 재판부는 △방심위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법상 구성과 운영이 대통령령으로 정해지고, 국고나 방통기금에서 운영비를 지원받는 국가행정청이라는 점 △방통위법상 방심위원은 신분이 보장되고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국가공무원이라는 점 △방심위원의 보수와 복무조건 등은 모두 방통위법과 그 하위법령에 규정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해촉처분이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는 데다 내용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촉처분은 원고의 권익을 제한하고 신분·자격을 박탈하는 처분이므로, 처분에 관한 사전통지와 청문을 해야 하는데도 피고 대통령이 이 사건 해촉처분을 하기에 앞서 원고들에 대해 사전통지와 청문 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해촉처분서에는 '방통위법 제8조 및 제20조에 따라 방심위원을 해촉함'이라고 기재돼 있을 뿐 구체적인 해촉사유가 전혀 제시돼 있지 않다"며 "이 사건 해촉처분에는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와 청문 절차를 누락하고, 이유제시 의무를 위반한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방통위가 2023년 8월9일 방심위에 통보한 감사 결과를 볼 때 윤 전 대통령이 든 해촉사유 총 5개 중 2개만 지적돼 있어 원고들이 감사 결과만으로 자신들의 해촉사유를 충분히 알기 어려웠다는 점을 인정했다.

[자료]서울행정법원 로고

이에 더해 재판부는 "5개 해촉사유는 임기가 보장된 방심위원을 해촉에 이르게 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해촉처분이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심위에 대해 회계 감사를 벌인 결과, 정 전 위원장 등이 업무 시간을 지키지 않고 업무추진비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오전 9시 이후 출근 또는 오후 6시 이전 퇴근한 횟수가 각각 78일, 270일이고 직원들과 몇 차례 점심식사를 하며 오후 1시를 넘긴 적이 몇 차례 있다는 점 △11회에 걸쳐 137만 원을 식당 선수금으로 적립한 후 코로나 방역지침상 인원제한 기준을 위반하거나, 1인당 집행단가 상한액(3만원)을 초과할 경우 적립된 선수금으로 분할 결제하고, 상한액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 실제보다 참석인원을 많게 기재해 허위 업무추진비 지출결의서를 작성했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부분 9~10시 사이 출근하거나 17~18시 사이 퇴근했는데 이런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직무를 해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명확한 복무규정이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업무추진비 과도사용은) 부적절한 행위이긴 하지만 본래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한 것으로 보이고 사적으로 유용하지는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방심위에 관한 국민 신뢰가 훼손될 정도로 성실의무 위반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마지막 해촉사유였던 정 전 위원장의 사적 이해관계 신고 의무 위반(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해촉 처분이 있었던 2023년 8월 17일 이후인 같은해 9월 8일에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로 확인된 것이었다.

재판부는 "해촉처분 이전 정 전 위원장의 이해충돌행위를 인지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당시 대통령이 고려한 사유가 아님이 명백하다"며 "이 해촉사유는 해촉처분의 적법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소송과정에서 급조해낸 것"이라고 일축했다.

정 전 위원장은 이날 1심 선고 후 입장문을 통해 "올바른 판정을 해준 재판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오늘 판결이 방심위 정상화의 한 계기가 되고, 아울러 2년 전 방송장악을 위해 윤석열 집단이 자행했던 여러 폭거의 실상을 되새기면서 방송이 제자리를 찾는 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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