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증 희소질환의 모계 유전을 차단하기 위한 의학적 시술로 영국에서 태어난 아기 여러 명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학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을 통해 16일(현지시간) 보고됐다. 사진은 이 시술로 배아를 만드는 영상의 캡처 화면. (사진=모내시대학 MitoHOPE 프로그램 제공)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 ‘에너지 공장’ 역할을 하는 세포소기관이다. 미토콘드리아에는 외모나 성격을 결정하는 체세포 DNA와는 다른 특이적인 DNA가 들어있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전체 DNA의 약 0.1%만을 차지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 눈, 근육의 운동 기능을 상실하는 ‘컨즈-셰이어 증후군’과 같은 질병이 나타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오로지 어머니로부터만 물려받는다. 영국에서는 매년 약 5000명 중 1명꼴로 미토콘드리아 DNA 돌연변이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아직 치료법이 없다.
연구진은 이런 유전병을 막기 위해 MDT 기술을 개발했다. 먼저 어머니의 난자에서 미토콘드리아 DNA가 없는 난자 핵만 추출하고, 이를 아버지의 정자와 난자 핵을 제거한 건강한 제3의 여성 기증자의 난자를 결합해 시험관 수정을 진행한다. 이후 배아는 난자와 정자의 DNA가 각각 한 쌍의 ‘전핵’이라고 불리는 구조물을 생성할 때까지 발달한다.
생성된 전핵은 제거하고 제거해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로 가득 찬 배아에 이식된다. 이를 통해 태어나는 아기는 어머니, 아버지의 유전자 대부분과 기증자의 건강한 미토콘드리아 DNA를 물려받게 되는 것이다.
2023년 영국 가디언지가 미토콘드리아 기증을 통해 아기들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전했으나 건강 상태나 시술의 효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는 22명의 산모가 참여해 아기 8명은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고 1명은 아직 출산 전이다.
태어난 아기들의 혈액 검사 결과 8명 중 6명은 엄마의 미토콘드리아 대비 돌연변이 수치가 95~100%가 낮았고, 다른 2명은 77~88%가 낮았다. 즉, 대부분의 아기가 돌연변이를 물려받지 않았거나 아주 낮은 수준으로 물려받았다는 의미다.
일시적인 경련이나 요로감염, 고지혈증을 겪는 아기도 있었으나, 충분히 치료할 수 있었고 미토콘드리아 기증 시술과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그 턴불(Doug Turnbull) 뉴캐슬대 교수는 “이번 기술은 아기에게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를 물려줄 위험이 있는 여성들에게 질환의 대물림을 막을 방법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핵 이식 기술을 통해 건강한 아기를 낳은 한 여성은 “이 기술 덕분에 아이가 건강한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과학이 우리에게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아이들이 5세가 될 때까지 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관찰할 계획이다. 메리 허버트(Mary Herbert) 뉴캐슬대 교수는 ”전핵 이식의 한계를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통해 치료 결과를 더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