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성장기 아이들 키 크려면 잘자야 한다"

사회

이데일리,

2025년 7월 19일, 오전 12:03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잠을 잘 자야 키가 큰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이 말이 이제는 단순한 어른들의 경험담이 아닌, 과학적 데이터로 입증되는 시대가 되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숙면은 곧 성장이다. 그리고 이 수면의 질과 타이밍이 성장판의 반응을 결정한다. 성장판이 열려 있다고 해서 모두 자라는 것이 아니며, 성장판이 자극받을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어야만 실제 성장이 일어난다.

성장판은 뼈의 양쪽 끝에 위치한 연골 조직으로, 아이의 키가 자라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이 성장판은 낮에는 체중과 중력에 눌려 압박 상태로 있다가, 밤에 아이가 누워 자는 동안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완전히 이완되며 활발한 세포 분열과 길이 성장을 하게 된다.

즉, 잠자는 시간은 단순한 휴식 시간이 아니라 성장판이 압박에서 벗어나 성장 자극을 받는 골든타임이다. 이 시간에 성장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고, 성장판이 반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실제 키로 이어지는 성장”이 가능하다.

실제로 일본의 5만여 명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야간 수면 시간과 키 성장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에 따르면, 밤에 평균 11.5시간 이상 숙면을 취한 아이들은 9시간 이하로 자는 아이들보다 키가 클 확률이 약 1.25배 더 높았고, 이 차이는 낮잠을 포함한 총 수면 시간보다 “야간 수면 시간”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즉, 단순히 하루에 몇 시간 잤느냐보다도 언제 자고, 얼마나 깊이 자느냐가 아이의 성장에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아이들의 수면 리듬을 망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스마트폰, 태블릿, 게임기 등 전자기기 사용이다. 이런 기기들이 내뿜는 블루라이트는 눈을 통해 들어와 멜라토닌이라는 수면 유도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한다. 멜라토닌이 줄어들면 잠이 잘 오지 않고, 수면의 질도 나빠진다.

특히 어린아이일수록 블루라이트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같은 빛이라도 성인보다 멜라토닌 억제 효과가 2~3배 크다는 보고도 있다. 결과적으로, 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은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늘리고,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 시간대를 놓치게 만들며, 결국 성장판이 자극받을 기회를 잃는 것이다.

“잠을 자야 클 수 있다”는 말은 단지 옛말이 아니다. 실질적인 키 성장은 수면, 영양, 운동, 감정 안정이 조화롭게 이루어질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중에서도 수면은 아무리 좋은 영양제를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해도 잠을 충분히 못 자면 성장효과가 반감될 수 있는 ‘성장의 마지막 퍼즐’이자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아이의 키 성장은 크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매일 밤 갖는 것이다. 성장판이 숨 쉴 수 있도록, 성장호르몬이 일할 수 있도록, 우리 아이가 매일 밤 일찍 자고 푹 잘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도록 하자. 잠이 보약이라는 말, 키 성장에 있어 그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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