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당 비중 높은 ‘아가베’
아가베 시럽은 멕시코 원산의 식물 ‘용설란(Agave)’에서 추출한 액상 감미료다. 생김새는 물엿과 비슷하고, 단맛은 설탕보다 훨씬 더 진하다. 당 지수가 낮다는 이유로 당뇨병 환자나 체중 감량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대안 감미료로 언급되곤 한다.
그러나 이 단맛의 주성분은 과당이다. 제품에 따라 과당 함량이 70%를 넘기도 하는데, 이는 일반 설탕 (자당, sucrose)이 포도당과 과당이 1:1로 결합된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과당은 포도당과 달리 혈당을 직접 올리지는 않지만, 대부분 간에서 대사된다. 이 과정에서 과잉된 과당은 중성지방으로 전환돼 체지방 축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액상 형태로 정제된 과당은 흡수가 빠르고 단맛도 강해 과잉 섭취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손 원장은 “과당은 지방으로 쉽게 전환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아가베 시럽을 사용할 땐 단맛을 내는 양을 최소화하고, 다른 당류 섭취량까지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천연’이면 괜찮을까?
실제로 과당의 과다 섭취와 비만, 중성지방 증가 사이의 연관성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지적된 바 있다. 따라서 ‘설탕 대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양을 무심코 늘리는 것은 다이어트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또한 ‘자연에서 왔으니 인공 감미료보다는 낫다’는 인식은 그 자체로 근거가 약하다. 아가베 시럽은 정제 과정에서 식물 고유의 섬유질이나 미네랄이 거의 제거되고 단맛 성분만 농축된다. 단순히 ‘천연’이라는 이유로 기능성을 기대하기보다, 사용량과 목적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아가베 시럽 뿐만 아니라 다른 천연 감미료도 마찬가지다. 손 원장은 “다이어트를 위해 천연 감미료를 사용한다고 해서 식단의 질이 갑자기 높아지는 건 아니다”라며 “중요한 건 전체적인 당 섭취량과 식사의 균형”이라고 강조했다.
◇ 다이어트를 위한 현명한 사용법은?
손 원장은 아가베 시럽의 장점 중 하나로 ‘적은 양으로 단맛을 낼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같은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보다 더 적은 양을 사용할 수 있다면, 당 섭취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단맛이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커피나 요거트 같은 음식에 아가베 시럽을 소량 사용하는 건 적절한 활용 방법”이라며 “하지만 ‘설탕보단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무심코 많이 넣는다면, 오히려 다이어트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핵심은 설탕이냐, 아가베냐의 이분법이 아니다. 단맛에 대한 감각을 조절하고, 전체적인 식습관의 당 섭취 구조를 바꾸는 것이 건강한 체중 감량의 출발점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