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속 개는 첫 번째 주인에게 버려져 보호소로 왔지만 두 번째 주인이 임신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버려지게 됐다. 이후 산수천에 들어와 지내고 있다. (사진=박지애 기자)
산수의 천사들은 2012년 생겨나 지자체나 여느 동물보호단체의 도움없이 오로지 지역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14년째 운영 중인 민간유기동물 보호소입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터전으로 이전을 앞두고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해진 때입니다.
◇“시민들 자발적으로 유기동물 돌보는데 2500만원 벌금부과”
우리나라의 유기견 보호소는 지자체에서 운영하거나 민간이 운영하는 것으로 크게 나뉩니다. 산수천은 민간 보호소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대다수 민간 유기동물 보호소는 금전적인 어려움이나 법적쟁점 문제에 처해있습니다.
관할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는 민간유기견보호소가 자체적으로 유기견과 유기묘 관리에 힘을 쏟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농림부 동물복지정책과는 ‘민간동물보호시설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에 우리나라 140여개의 동물보호소 중 절반이 민간이 자체적으로 운영 중이며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없이 기부금과 자원봉사에 의존해 운영 중인 사실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는 이들 보호소 중 80% 가까이가 ‘입지 및 건축물 관련 법적 쟁점’ 문제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산수의 천사들이 처한 문제도 바로 이와 같은 문제입니다.
불법이라는 쟁점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거리에 버리진 생명들을 거둘 현실적인 대안이 부재한 상황입니다.
김 소장은 숱한 어려움에도 열심히 산수천을 운영 해왔지만 느닷없이 인천 남동구에서 ‘2500만원’ 고지서가 날아 오며 망연자실했습니다.
김 소장은 “아이들 탈출 방지용으로 지은 실내 파티션 철조물에 대해 불법 건축물이라며 민원이 들어가면서 강제이행금과 벌칙금이 부과됐다”며 “당장 아픈 아이들 병원비와 먹을 것 구하는 것이 급한 상황에서 강제이행금과 벌금으로 2500만원을 내는 건 너무 가혹한 처사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후 2년 동안 땅 주인이 불법건축물을 가리라며 버섯을 강제로 재배하게 만드는 압박으로 인해 비용을 추가로 부과했고, 인천남동구청의 심리적 압박도 상당했다”며 “다행히 지금은 관련해 법적 이슈가 없을 새로운 터를 찾아 이전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이전 부지를 알아봐 준 것은 지자체도 아닌 바로 함께 산수천을 지켜준 지역 시민들이었습니다.
그는 “물론 정부의 보조를 받는 단체들도 있지만 그 보호소들은 정해진 과정에 따라 공고가 끝나면 안락사를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며 “그런 과정과 시스템이 내 생각과는 맞지 않는다고 보고 안락사는 당연히 없거니와 현실적으로 감당이 가능한 한 생명을 돌보고 싶다는 생각에 산수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소장은 “젊을 때는 사비도 많이 털었지만 이젠 사비도 많이 떨어지고 개인후원이 끊기면 애들 밥줄이 끊기는데 기약없는 후원만 바라보며 사는 동안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다”며 “적어도 사료만큼은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순환이 될 수 있도록 사료회사와의 긴밀한 유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또 “그리고 모든 보호소들에는 이미 아픈 아이들이 들어오며, 들어와서도 하나하나 세세한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보호소의 환경에서 질병이 발생하기 쉽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환견들 앞에서 넋을 놓을 때가 많았다”며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보호소 아이들을 위한 후생시설이나, 개인 병원과의 연계를 통한 지원이 너무나 절실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소형견사 안에서도 분리된 별도의 공간에서 지내는 쌍둥이 개 두마리가 침대 위에 올라가 낯선 모습의 기자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박지애 기자)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다 중학교때부터 한국에서 생활했지만 고등학교 때 다시 미국으로 떠나 수학전공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은 김 소장은 한국으로 돌아온 후 서울의 유명 대학에서 교양 수학 강의를 하며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그런 그가 유기동물들을 돌보는 길을 걷게 된 건 자연스러운 여정이었다고 말합니다.
‘나서서 무언가를 하는 주의는 아니’라고 자신의 성향을 소개하는 김 소장은 “보호소를 직접 운영하는 것은 처음엔 꿈도 못 꾼 일”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하지만 버려지고 학대받는 생명들을 외면하지 못한 채 묵묵히 돌보다 보니 어느새 유기견, 유기묘 80마리의 터전이 된 ‘산수의 천사들’을 손수 돌보며 운영하고 있게 되었습니다.

고양이 견사 입구에서 고양이 두 마리가 나와 반겨주고 있다. (사진=박지애 기자)
김 소장이 유기견들을 처음 돌보게 된 계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19년 전 우연히 빈집에 방치된 강아지 ‘아리’를 만나면서였습니다.
김 소장은 “성북구 정릉쪽을 산책하다 반지하의 빈집에 방치된 강아지를 발견하고 열린 문 틈으로 밥을 주면서 돌보기 시작했다”며 “그 강아지를 열심히 돌보았는데, 전 주인이 개장수에게 넘기려던 걸 알게 되며 입양을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 처음으로 유기견보호소라는 시스템을 알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버려진 생명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 소장은 유기동물보호소 봉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는 “당시 개인 기부금을 내며 봉사를 시작하니 첫 봉사를 하던 곳에서 부매니저 직책을 줘서 책임을 지고 맡게 된 일이 생겼다”며 “그게 바로 고양이 돌보기였다. 강이지만 키워왔는데, 그때 처음으로 고양이에 대해 배우고 고양이를 만져보면서 고양이들과의 인연이 생기게 됐다”고 회상했습니다.
이후 보호소 뿐 아니라 길거리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지내는 길고양이들에게도 눈길이 가기 시작해 ‘캣맘’ 활동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산수의 천사들 김데니 소장(사진=산수의 천사들)
그러던 중 문제가 터졌습니다.
활동하던 보호소에서 돌보던 고양이가 알콜중독자였던 보호소 관리인에 의해 밟혀 죽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김 소장은 “고양이를 발로 밟아 죽인 봉사자도 문제였지만, 애당초 문제가 있는 사람을 봉사자로 받고, 또 고양이를 밟아 죽인 일을 암묵적으로 용서(?)해주는 보호소의 시스템과 분위기를 더 견딜 수 없어서 그 보호소의 발길을 끊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그 뒤로 접한 많은 유기견 보호소 운영자들은 버려진 동물들을 ‘돈 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자신의 명예와 정치적 활동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상황을 접하면서 ‘생명을 돌보는’ 일 자체에 집중을 할 수 있는 보호소를 직접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불길에서도 구한 생명인데…2500만원에 쫓겨나
산수천은 그렇게 2012년 11월 처음 탄생을 하게 됐습니다.
김 소장은 “이런 저런 일들을 경험하면서 결국 마음이 맞는 봉사자분과 지금의 산수천을 탄생시켜 운영하게 된 것”이라며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주변의 도움을 받아오며 지켜온 생명들이지만, 반대로 무자비한 상황들이 발생해도 빈약한 처벌에 다음을 기약할 수 없어 눈물만 삼키는 일도 많았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렇게 생명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으로 탄생한 산수천이지만, 예기치 못한 고비도 많았습니다.
그는 “2016년 1월 19일. 영하 16도로 매우 춥고 건조한 날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장면이 선명히 기억나는데 큰 드럼통에 소각을 하던 중 불똥이 튀면서 하늘이 까맣게 뒤덮일 정도의 불이 났다”며 “다행히 당시 보호소에 있던 동물들은 다 살았고, 우리 아리만 희생이 됐었다. 저도 그 때 2도 화상을 입어 한 동안 붕대를 칭칭 감고 살기도 했다”고 회상했습니다.

2016년 불길에 뛰어들어 개와 고양이를 구하고 김 소장은 2도 화상을 입어 한 동안 붕대를 감고 지내야 했다.(사진=산수의 천사들)

산수의 천사들 봉사자들과 김데니 소장(왼쪽)(사진=산수의 천사들)
마지막으로 그는 분양보단 입양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김 소장은 입양이 너무 쉽게만 생각될까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김 소장은 “무턱대고 입양을 보냈다가 연락이 두절 되는 등 안좋은 기억이 있는데, 결국 돌고 돌아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입양간 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었다”며 “해외 입양도 무서운게, 해외 입양을 보내면 보통은 입양처를 바로 찾아주는게 아닌 대기를 하게 되는데 결국 입양을 못하면 안락사를 시키게 된다. 이 중 어떤 국가는 가스실에서 안락사를 하는 경우도 있단 이야기를 듣고 해외 입양도 엄두가 안나더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입양 캠페인도 요즘은 많이 하는데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오가다가 입양해달라고 하는데, 이상하고 모르는 사람한테 맡기는 것이면 어떻하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버려진 생명을 돌보는 일은 절대로 개인 차원의 노력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산수의천사들 소형견사의 모습(사진=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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