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7일만에 침수

사회

이데일리,

2025년 7월 19일, 오전 09:48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울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일주일 만에 다시 수몰되는 처지가 됐다.

2019년 9월 반구대 암각화가 태풍 영향으로 물에 잠긴 모습. (사진=연합뉴스)
반구대 암각화는 지난 12일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린 ‘반구천의 암각화’ 중 하나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포함한 울산 울주군 반구천 일원 3㎞ 구간으로, 선사시대 한반도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물정보포털에 따르면 울주군 사연댐 수위는 19일 오전 9시 현재 56.19m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가로 8m, 세로 4.5m가량(주 암면 기준) 크기인 반구대 암각화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긴 상태다.

사연댐은 반구대 암각화를 기준으로 대곡천을 따라 약 4.5㎞ 상류 지점에 있는데, 수위 조절용 수문이 없는 자연 월류형 댐이어서 큰비로 댐 저수지가 가득 차면 상류 암각화까지 영향을 미친다.

댐 만수위 표고가 해발 60m인데, 암각화는 53∼57m에 자리 잡고 있다. 즉 댐 수위가 53m만 돼도 암각화 부분 침수가 시작되고, 57m가 넘으면 완전히 물에 잠기는 것이다.

수자원공사가 사연댐 유역에서 측정한 강수량을 보면, 최근 울주군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성 호우가 집중되면서 지난 13일 117.8㎜, 14일 59㎜, 17일 123.2㎜ 등 많은 비가 내렸다. 통상 댐 수위는 비가 내린 뒤 일정 시차를 두고 상승한다. 계곡부에서 모인 빗물이 하천을 통해 댐으로 유입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19일 오후까지 50㎜ 이상 비가 더 예보된 상태여서 댐 수위가 계속 오를 뿐 아니라, 다시 수위가 낮아질 때까지 적잖은 시일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그 시간 동안 세계유산 반구대 암각화는 꼼짝없이 수몰되는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앞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암각화가 물에 잠긴 날은 연평균 42일이다. 수자원공사가 적극적으로 수위 조절을 하기 이전인 2005년부터 2013년까지는 침수 기간이 연평균 151일에 달한다.

암각화 훼손으로 이어지는 침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2021년 댐 여수로(댐 수위가 일정량 이상일 때 여분의 물을 방류하는 보조 수로)에 수문을 만드는 계획이 수립됐다. 너비 15m, 높이 7.3m의 수문 3개를 설치하면 댐 수위를 암각화보다 낮은 52m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제반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돼 내년 하반기에 착공하면 2030년께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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