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챗gpt)
제겐 오빠가 있지만 엄마가 수술을 세 번이나 받는 동안 딱 한번 병문안 잠시 온 게 다입니다. 엄마의 병세가 어떤지 관심도 없고, 엄마도 많이 서운해 하십니다.
평생 아끼고 아껴 돈을 모은 엄마는 작은 아파트와 땅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파트와 지방 땅, 5억 정도 됩니다. 아파트 한 채는 1년 전 매매를 했습니다. 앞으로도 병원비와 생활비가 계속해서 들 거 같고, 엄마는 병간호 하는 제게 미안하다며 돈을 주고 싶어 했습니다. 아파트는 3억에 팔았고 그 중 2억을 제게 증여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안 오빠가 난리가 났습니다. 아파트를 제 마음대로 처분했다면서요. 분명 어머니 뜻이었다고 해도 믿지 않고, 이건 미리 상속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라 자신이 유류분 청구를 할 거라고 합니다.
최근 엄마 병세가 나빠져 오빠가 상속 이야기를 꺼내며 예민한데요. 엄마 병간호를 한 세월이 10년인데요. 제 기여는 인정받지 못하는 건가요?
△수년간 부모를 돌봐온 자녀의 상속 기여분은 어떻게 되나요?
=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 기여분은 민법 제1008의2조에서 규정한 제도로, 공동상속인이 상당한 기간 동안 동거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하게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경우, 기여한 만큼의 재산을 가산하여 상속분을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려는 것이 기여분 제도의 목적이므로, 단순히 자식으로서의 의무 이행이나 도와준 정도로는 기여분이 인정될 수 없습니다. 아버지를 직접 모시고 살면서 생활비를 부담하고 제사를 모신 경우, 부모의 치료비와 약값을 홀로 전액 부담한 경우, 주말과 휴일마다 나이든 부모를 찾아와 부모의 생활을 돌봐온 경우 등 공동상속인 간 공평을 위해서 상속분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상속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기여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2억을 사연자에게 증여했는데요. 오빠가 어머니 사후에 유류분 청구를 하면 어떻게 되나요?
=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 과거 판례에 따르면, 기여분은 공동상속인들의 협의로 정하거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기여분이 결정되기 전에는, 다른 공동상속인이 유류분반환청구를 하더라도 상속재산 중에서 자신의 기여분을 공제하라는 항변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연자 역시 기여분 합의나 법원의 결정이 없는 이상, 사연자의 오빠가 유류분반환청구를 하게 되면 어머니로부터 증여받은 2억 원도 유류분 반환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원의 입장은 기여한 상속인에게 불공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었는데요. 이후, 대법원은 ‘피상속인의 생전에 증여된 재산이 증여받은 상속인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내지 평가의 대상이거나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남은 배우자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등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한도 내에서 증여받은 재산을 유류분 반환의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공평을 해친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하여, 기여 상속인이 증여받은 재산이 유류분 반환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경우를 명시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렇듯 상속인 간의 실질적인 형평을 고려한 대법원 판단에 따르면, 사연자가 어머니로부터 지급받은 2억 원에 대하여도 사연자가 직장까지 그만두고 10년여 간 어머니를 간병하고 부양한 데에 대한 대가성 증여로 인정할 수 있는 한도만큼은 유류분 반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습니다.
△유류분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있지 않았나요?
=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 2024년 4월, 헌법재판소는 유류분 제도에서 생전 기여를 반영하지 않고 기여 여부와 상관없이 유산을 균등하게 나누도록 한 민법 조항(제1118조 등)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기여 상속인이 자신의 노력과 기여에 대한 대가로 증여받은 재산을 유류분 산정에서 제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위 판례만으로 기여분 제도를 유류분 제도에 준용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이로 인해 기여 상속인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되는 불합리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헌법불합치결정의 이유였는데요. 이에 따라, 국회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유류분 관련 민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현재, 유류분, 상속권, 대습상속 간 법리 충돌 우려로 인해 입법은 계속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류분청구로부터 사연자의 기여 몫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 아직, 입법으로 제도 보완이 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기여한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이 그에 대한 대가에 해당하는지, 그만큼 그 자녀가 특별한 기여를 하였는지는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해야 합니다. 따라서 생활비, 병원비 지급 내역이나 간병 일지, 진료기록, 출입기록 등 구체적으로 기여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들 뿐 아니라, 어머니가 왜 사연자에게 재산을 증여했는지에 대하여 기재한 유언장 등의 기록을 남기거나 가족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이러한 어머니의 입장을 미리 설명하고 반환을 구하지 말라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혀두는 등 입증자료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4년 가사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