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전경 © 뉴스1
부탄가스 '썬연료' 제조사인 태양의 대표이사가 회사에 96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태양의 주주들이 대표이사 현 모 씨를 상대로 낸 주주대표 소송에서 "현 씨는 태양에 96억66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 6월 태양을 포함한 6개의 부탄가스 제조·판매회사가 가격 담합을 했다며 시정명령 및 159억6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태양의 주주들은 "가격담합행위로 회사에 과징금이 부과됐고, 다른 회사를 동시 경영하며 부탄가스 시장을 분할한 경업금지 의무, 사업기회유용금지의무 등 위반행위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현 씨가 회사에 422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현 씨가 과징금 부과로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현 씨가 회사의 경영수지 악화 방지를 목적으로 담합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해 얻은 개인적 이익은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책임을 60%로 제한해 회사에 95억76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과징금 부분을 제외한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2심은 과징금 159억6000만원에 벌금 1억5000만 원을 더해 총 161억1000만 원을 손해액으로 산정했다. 책임은 1심과 마찬가지로 60%로 정해 현 씨가 96억6600만 원을 회사에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특히 대법원은 "이사가 회사의 업무를 집행하면서 고의·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설령 그 법령 위반 행위로 인해 회사에 어떠한 이득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이러한 이득을 손익상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가격 담합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증가해 과징금 이상의 이익을 얻었으므로 손해가 아니다"라는 현 씨의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대법원은 "가격담합행위로 인해 회사가 새로운 이득을 얻었고, 그 이득이 이 사건 가격담합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거나 회사가 입은 과징금 및 벌금 상당의 손해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현 씨가 대표이사로서 업무를 집행하며 한 가격담합행위로 인해 회사에 어떠한 이득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 이득을 현 씨가 배상할 손해에서 공제한다면 이는 이사의 법령 위반 행위와 회사의 범죄를 조장하는 결과가 될 뿐만 아니라 손해배상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에도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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