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생이 오징어게임을 패러디해 만든 기후위기 대응 포스터 /뉴스1 © News1 장성희 기자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연상시키는 동그라미·세모·네모 초대장에 '분리수거 철저히 하기', '에너지 효율 보고 가전제품 구입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의 문구가 적혔다. 중학생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주제로 직접 만든 포스터다.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A 중학교 1학년 학교자율시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기후변화와 우리' 수업이 한창이었다.
1학년 6반 학생들은 책상에 놓인 태블릿 '디벗'으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포스터를 만들고 공유했다. 오징어게임 초대장을 빗댄 포스터를 비롯해 '도와줘 해수면 상승'이라는 문구와 함께 건물 옆에 물이 차오르는 그림 등 가지각색의 포스터가 등장했다.
기후환경네트워크 홈페이지에서 탄소중립 생활실천서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수입식품 사용 10% 줄이기', '물 받아 설거지하기' 등 설문조사 문항에서 실천할 수 있는 항목을 체크해 기후위기 실천을 다짐하고, 이를 통해 감축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같은 시간 7반은 각자의 가치관을 탐색하는 '나를 알고 함께 하는 성장' 수업을 진행했다. 반려동물, 가족 등 각자가 소중히 생각하는 사진을 모둠원들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다. A 학교는 코로나 이후 아이들의 관계 형성 기술이 저하된 것을 우려해 해당 과목을 도입했다.
초등학교 앨범 사진을 준비한 구현모 군은 "코로나로 힘들었던 2~3학년, 즐거웠던 고학년을 돌아볼 수 있고 인생의 보금자리가 된 6년이었다"며 "앨범을 둘러보며 용기와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를 알고 함께 하는 성장'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 News1 장성희 기자
학교자율시간은 2022 교육과정 시행으로 도입된 과목으로, 국·영·수 등 기존 일반교과와 달리 학교 구성원이 필요에 따라 교육과정 외 새로운 과목을 개설·운영할 수 있다. 중학교 1~3학년 6학기 중 한 학기 33시간 이상만 운영하면 된다. A 학교의 경우 일주일에 2시간 씩 학교자율시간을 진행한다.
학교가 과목을 개발하면 교육감이 이를 심의·승인해 정식 개설된다. 서울시교육청은 '기후변화와 우리', '나를 알고 함께하는 성장' 외에도 '인공지능과 미래사회', '디지털리터러시', '우리 마을 인류세' 등 총 23과목을 승인했다. 교육청이 승인한 과목은 과목을 처음 개설한 학교가 아니어도 활용할 수 있다.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이날 가치관 탐색 수업에 참여한 서라희 양은 "일주일에 2시간 동안 특별한 경험과 다양한 분야를 배워 만족스럽다"며 "인공지능(AI)과 관련한 수업도 만들어져 AI를 생각하는 계기도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아이들에게 필요하나, 일반과목이 아니라 다루지 못했던 내용을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 학교에서 근무하는 원유미 교사는 "(학교자율시간은) 이수·미이수로 평가가 진행돼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학생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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