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 안 먹어요" 변해버린 복날의 풍경…닭한마리 집은 문전성시

사회

뉴스1,

2025년 7월 20일, 오후 04:12

20일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의 보신탕 거리 모습. 2025.7.20/뉴스1© News1 신윤하 기자

"시장에 있는 보신탕집은 좀 장사가 되려나…우리는 오늘 손님 거의 없었어." 초복인 20일 오후 2시 무렵 찾은 서울 종로5가 인근의 한 보신탕집 사장 A 씨는 "작년도 그렇고 재작년도 그렇고 복날에 장사 안되는 건 매한가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A 씨의 보신탕집엔 아직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이 3명뿐이었다. 직원들과 A 씨는 일찌감치 점심 장사를 마무리한 듯 TV를 시청하는 중이었다. A 씨는 "뭐 아침에 복날이라고 재료를 더 준비할 것도 없었다"며 기자에게 "다른 보신탕집은 오늘 장사가 잘됐냐?"며 역으로 묻기도 했다.

'개 식용 금지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복날의 풍경이 변하고 있다. 1년 중 최대 성수기인 복날에도 보신탕집은 예전만 못한 벌이로 울상을 짓고 있고, 시민들은 보신탕 대신 삼계탕, 닭 한 마리 등 비교적 익숙한 '보양식'을 찾는 모습이다.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보신탕 거리가 있는 종로구 신진시장에선 보신탕보다 닭 한 마리, 삼계탕집이 북적였다.

신진시장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닭 요리 음식점 바로 옆에는 보신탕집 두어 개가 자리를 잡고 있지만, 줄을 선 이들은 없었다. 보신탕 앞에 놓인 손질된 개고기를 보고 외국인 관광객들은 놀란 듯 찡그린 표정으로 지나가기도 했다.

그래도 시장에 있는 보신탕집들은 일반 보신탕집보단 매출 사정이 괜찮은 편이었다. 이날 정오부터 오후 2시 무렵까지 신진시장 보신탕집들엔 내부 테이블 10여개가 거의 다 찰 정도의 손님들은 유지됐다. 이곳에서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사장 B 씨는 "지금 너무 바쁘다"며 인터뷰를 거절하기도 했다.

20일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의 닭한마리집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서고 있다. 2025.7.20/뉴스1 © News1 신윤하 기자

신진시장의 보신탕집들 옆으론 닭 한 마리 음식을 먹으러 온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평소에도 줄을 길게 서는 유명 닭 한 마리 집뿐만 아니라 골목의 거의 모든 닭 한 마리 식당들이 몇 개의 테이블을 제외하곤 성황리에 영업 중이었다. 닭 한 마리 집들엔 '초복'이라 적힌 안내문 등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닭 한 마리 집의 줄이 너무 길어서 오히려 자리가 남아 있는 보신탕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닭 한 마리를 먹으러 친구와 함께 신진시장을 찾았다는 서 모 씨(69·남)는 "12시쯤 오니까 닭 한 마리 집들의 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오랜만에 보신탕을 먹으려 한다"며 "보신탕집엔 그래도 아직 자리가 좀 남아있더라"고 했다.

닭 한 마리 집 앞에서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은 보신탕을 안 먹은지 오래됐거나, 먹은 적 없다고 말했다. 20~30대 청년들은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를 먹는 데에 거부감이 있고, 중장년층은 보신탕집이 줄어드는 추세라서 굳이 찾지 않는다고 했다.

신진시장의 한 닭 한 마리 집에서 식사를 마친 이종환 씨(54·남)는 "예전에는 복날이면 보신탕을 먹으러 형이나 아내 데리고 다녀오기도 했는데, 이제는 개고기를 안 먹겠단 가족들이 많다"며 "20대인 딸과 아들 모두 '개고기 같은 걸 왜 먹냐'고 해서 복날엔 다른 보양식을 찾는다"고 했다. 삼계탕을 먹으러 왔다는 김지애 씨(27·여)도 "보신탕은 단 한 번도 먹은 적이 없고,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 앞으로도 먹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예전엔 보신탕을 즐겨 먹었다는 진 모 씨(71·남)는 "예전엔 복날만 되면 개고기를 먹었는데 단골집이 작년에 폐업해서 그 이후론 그냥 안 먹게 됐다"며 "친구들이랑 찾아가던 다른 보신탕집들도 오리백숙이나 흑염소탕으로 바뀌어있더라"고 투덜거렸다.

보신탕집의 쇠퇴는 개고기의 제조·유통이 전면 금지되는 2027년까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 식용 금지법이 지난해 1월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3년의 유예 기간이 지나면 식용 개 농장 운영자나 보신탕집 사장 등은 형사 처벌을 받는다.

20일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닭한마리 집 앞에 '초복'이라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2025.7.20/뉴스1 © News1 신윤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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