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보화 삼일PwC 지속가능성 플랫폼 파트너가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홀에서 열린 ‘최신 미국·EU 통상 정책 및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EU 규제 동향과 대응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일PwC)
이번 세미나는 글로벌 통상 규제 강화에 따른 K-배터리 산업의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공급망 안정성 확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최근 미국 상원에서 7월 초 통과를 목표로 검토 중인 ‘OBBB(One Big, Beautiful Bill)’ 법안 내용과 영향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현장에는 배터리 산업 관계자 및 초청 고객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류길주 삼일PwC 고객담당(Client & Industries)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최근 전기차(EV)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은 성장 이면에 각종 규제와 ESG 강화 추세 등 새로운 기준 준수를 요구받고 있다”며 “기업은 규제 변화를 깊이 이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 및 경쟁력을 얻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임부회장은 “”국제에너지기구(IAEA)에 따르면 세계 배터리 수요는 5년 후 3배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K-배터리 산업은 그 과실을 누리지 못하고 중국의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세, 미국 트럼프 정부의 통상 리스크 등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겪고 있다”며 “미래 성장 동력이자 경제 안보의 핵심인 배터리 산업의 복합 위기를 헤쳐가는 데 이번 세미나가 유용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첫 번째 세션에선 김승철 삼일PwC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EV 및 ESS 시장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김 위원은 “중국이 주도하는 LFP 배터리 경쟁력이 높아지며 채택률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각국이 배터리를 전략 자산으로 보면서 LFP 점유율이 늘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삼원계 배터리에 주력해 온 K-배터리 시장에도 기회가 충분히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또 “ESS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두자릿수 성장이 예상되면서 글로벌 정책 변화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주현 삼일PwC 글로벌통상솔루션센터 파트너가 ‘트럼프 통상 규제 현황 및 대응’을 주제로 발표했다. 여기서는 트럼프 2기에 강화된 관세 정책, 수출통제 등 규제와 함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법안의 개편안인 OBBB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소 파트너는 “최근 상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OBBB 법안은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2032년까지 유지하도록 해 한국 배터리 업계가 예상했던 급격한 혜택 축소는 피할 수 있게 됐다”며 “관련 기업은 OBBB법안 등 여러 축을 함께 고려해 종합적이면서도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IRA의 우려거래자(FEOC)에 대한 규정이 세분돼 중국산 배터리 및 소재에 대한 견제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이번 상원안에서는 일부 기준이 완화되며 공급망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된 측면도 있다”며 “국내 기업은 기존 법안의 혜택을 계속 받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는 북미 현지 생산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세션에선 이보화 삼일PwC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플랫폼 파트너가 ‘EU 규제 대응 원포인트: EUBR, 옴니버스(CSDDD) 및 DPP 동향’에 대해 발표했다. 이 파트너는 K-배터리 기업이 주목해야 할 규제로 그린딜 후속 정책인 EU배터리법(EUBR·EU Battery Regulation)을 소개하며 “전략적 핵심 규제이자 시행 시점을 고려했을 때 시급성이 가장 높은 규제로, ‘지침(Directive)’에서 ‘규정(Regulation)’으로 승격되며 기업의 의무적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초 공개된 EU옴니버스 패키지에 포함된 공급망실사지침(CSDDD)과 2026년 시행 계획인 디지털 배터리 여권(DBP)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EU는 공급망 전반에 걸쳐 ESG 및 지속가능성 기준을 강화하는 가운데, 배터리 산업은 탄소 배출, 인권, 자원 추적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며 “기업들은 규제 준수를 넘어, 순환경제 비즈니스를 내재화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최준걸 PwC컨설팅 파트너가 ‘공급망 규제 대응을 위한 추적성(Traceability)에 대해 발표했다. 공급망 추적성이란 원료 조달, 가공, 부품 생산, 최종재 완성, 소비, 폐기,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제품 또는 원자재가 이동하는 모든 흐름을 추적하고 그 정보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최근 각국은 공급망의 투명성과 지속가능성 확보는 물론, 각국의 통상 이슈나 규제 대응을 위해 공급망 추적 및 관리 요구를 강화하고 있다.
최 파트너는 공급망 추적 체계 구축 시 주요 고려 사항을 설명하며 “프로세스, 데이터, 시스템, 거버넌스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공급망 추적을 단순히 구매 부서나 ESG 부서에서만 해당되는 업무라고 생각하기보다 마케팅, 경영관리 등 모든 부서와 관련됐기 때문에 전사적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디지털 기반의 추적 관리 체계를 구축해 고객 신뢰 확보와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제 발표 이후에는 발표자 전원이 참여한 Q&A 세션이 진행됐으며 사전 질문과 현장에서 제기된 실무적 이슈를 중심으로, 참석자의 궁금증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답변이 이어졌다. 여기서는 ‘90일 관세 유예 이후 시나리오에 대한 접근법’, ‘공급망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해야 할 부분’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류길주 삼일PwC 고객 담당 대표는 “이번 세미나는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자리였다”며 “삼일PwC는 산업 전문화 조직의 역량을 바탕으로, 산업계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