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장 상반기…외국인 vs 개미, 수익률 승자는

주식

이데일리,

2025년 6월 26일, 오후 07:06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올 상반기 국내 증시가 신정부 출범 효과에 불장(Bull-Market·강세장)을 나타낸 가운데, 증시 호조의 마중물 역할을 한 외국인이 눈에 띄는 투자 성적을 받았다. 외국인은 이른바 ‘관세 무풍지대’로 분류되는 방산 및 원전주를 적극 매수한 덕에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의 평균수익률이 두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는 한자릿수의 수익률을 나타나며 선방했으나, 상승장에서 소외된 2차전지주를 매수한 게 평균수익률 상승을 상쇄했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돌아온 외국인…방산·원전주 담고 ‘방긋’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1월2~6월25일)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평균 수익률은 37.8%를 기록했다. 수익률은 종목별 평균매수가격(순매수 거래금액/순매수 거래량)과 지난 25일 종가를 비교해 산출한 값이다.

외국인의 상반기 투자 수익률이 두자릿수 상승을 기록한 배경에는 관세 피난처인 방산 및 원전주를 집중 매수한 전략이 꼽힌다. 순매수 2위에 오른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대표적이다. 외국인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평균매수가격(52만7165원)과 지난 25일 종가(85만6000원)를 비교 시 62.4%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순매수 4위인 LIG넥스원(079550)의 수익률도 48.6%로 집계됐다.

방산주는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을 요구함에 따라 유럽을 중심으로 무기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에 강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라는 직위를 내려놓으며 발생한 힘의 공백이 지정학적 불안으로 이어졌다”며 “한국 방산 기업은 내수 중심 구조에서 수출 주도로 전환이 이뤄졌고, 최근에는 해외 수요국과 협력해 생산·개발 체계를 구축하며 도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의 순매수 3위는 한국전력(015760)으로 수익률은 51.3%를 기록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 확장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원전 건설 규제 완화 행정명령에 원전 수출 확대 전망이 제기되며 수익률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 외국인의 순매수 5위 삼양식품(003230)의 경우 불닭볶음면 수출 확대 전망에 수익률이 33.5%를 나타냈다.

반면 외국인의 순매수 1위인 SK하이닉스(000660)는 6.7%의 손실률을 보였다. 올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전망에 주가가 우상향했지만, 외국인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매수한 비중이 커 손실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개미도 수익 봤지만…2차전지주 부진에 눈물

개인투자자는 상반기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평균 수익률이 4.9%로 선방했지만, 외국인보다는 아쉬운 성적을 나타냈다. 개인투자자는 관세 등의 리스크로 약세를 보인 종목을 저점에서 매수하는 전략을 편 가운데, 절반의 성과를 거뒀다. 우선 순매수 1위 종목인 삼성SDI(006400)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평균매수가격은 19만3946원으로 지난 25일 종가(17만5400원) 대비 9.6%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와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축소 추진에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손실률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개인 순매수 2위 현대차(005380)는 18.5%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현대차는 역시 관세에 따른 타격에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지만,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축소에 맞서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 전략 전망과 개인투자자의 저점 매수와 맞물리며 수익권에 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순매수 5위를 차지한 SK텔레콤(017670) 역시 유심(USIM) 정보 해킹 사태에 따른 주가 하락 구간에서 저점 매수한 덕에 10.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6월 말 영업 재개를 고려하면 해킹 사태에 따른 가입자 순감 규모가 애초 예상 수준인 55만명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며 “기대배당수익률과 주가순자산비율(PBR) 추이 감안 시 단기 낙폭을 좁힐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외에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3위와 4위는 각각 한화오션(042660), LG전자(066570)가 차지했다. 한화오션의 수익률은 1.4%, LG전자는 3.1%로 집계됐다. 한화오션은 조선업 호황에 따른 수혜가, LG전자는 관세 불확실성에서도 냉난방공조(HVAC) 신사업 기대감으로 플러스 수익률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