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마크 루테 나토 사무총장, 키리아코스 미토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 회담에서 가족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이고 있다.(사진=로이터)
그는 비공개 회의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에게 나토 헌장 5조에 대한 질문을 받자 “우리는 나토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상호방위 의무를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의 국방비 증액 계획을 칭찬하며 주요 정상과의 대화가 시작도 되기 전에 사실상 정치적인 승리 선언을 했다. 그는 나토의 국방비 지출 확대 계획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나토는 우리와 함께 매우 강해질 것이며, 이런 방향으로 가게 돼 감사하다”고 밝혔다.
집단방위 체제의 근간이 되는 ‘나토 헌장 5조’는 한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이를 나토 전체를 공격한 것으로 간주해 다른 회원국이 피해국에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헤이그로 향하던 중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나토 헌장 5조에 대한 공약이 확고하냐는 질문에는 “정의에 따라 다르다. 5조의 정의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나토 측은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했지만, 규약 5조 이행에 대한 확약을 받을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바짝 긴장했다. 앞서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이 나토에 완전히 헌신하고 있으며, 제5조에 완전히 헌신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번 정상회의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로 증액한다는 내용의 회원국 합의를 끌어냈다. 또 긴 회의 일정을 싫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에 맞춰 2∼3차례 열리던 북대서양이사회 본회의 일정도 단축했다.
나토 회원국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첫날부터 의전에 총력을 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네덜란드 왕실이 주최한 환영 만찬에 참석해 왕실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호텔에서 머물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변경돼 다음날 아침에는 왕실 조식에도 함께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만찬에는 32개 나토 회원국 정상이 정상회의 전 처음으로 모두 모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만찬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아 최근 국제 문제들에 대해 긴 논의를 나눴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