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와이에서 ‘볼바키아’ 박테리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를 살포하는 모습. (사진=미국 조류 보호 협회)
현지 환경단체 ‘모기가 아닌 새’(Birds, Not Mosquitoes)는 지난해 말부터 마우이와 카우아이 등 하와이 일부 지역에 수컷 모기 약 4000만 마리를 살포했다. 최근에는 대형 드론까지 동원해 접근이 어려운 지역까지 방사 범위를 확대했다.
환경단체가 인간에게는 해충으로 분류되는 모기 수천만 마리를 방사한 이유는 마우이섬에 서식하는 토착 조류인 꿀먹이새(honeycreeper) 보호하기 위해서다.
현재 하와이에는 꿀먹이새 50종 중 17종만 남아있는데, 대부분 모기로 전파되는 말라리아 때문에 개체수가 급감했다. 남아있는 종도 고지대에서 간신히 생존하고 있다.
꿀먹이새를 모기로부터 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모기 개체수를 줄이는 것이다.
투입된 모기는 볼바키아(Wolbachia)라는 박테리아에 감염된 수컷이다. 이 박테리아는 모기의 생식 기능을 방해해, 야생 암컷과 짝짓기하더라도 알이 부화되지 않게 만든다.
감염된 수컷은 사람을 물지 않아 말라리아 등의 질병 전파 우려도 없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모기 개체 수를 줄이고, 조류 말라리아의 확산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헬리콥터를 동원해 박테리아 감염 수컷 모기를 방사하다 최근에는 길이 2.4m의 대형 드론까지 동원했다. 드론은 헬리콥터만큼 많은 모기를 한꺼번에 운반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근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더욱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드론은 날씨와 관계없이 즉각적인 배치가 가능한데다 헬리콥터가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도 접근할 수 있어 더욱 효과적으로 모기를 방사한다.
이 모기들은 살균된 생분해성 종이 펄프로 만든 원통형 함에 든 채 하와이 곳곳에 투하된다. 각각의 함에는 수컷 모기 약 1000마리가 들어있다.
미국 조류 보호 협회의 하와이 프로그램 책임자인 크리스 파머는 복스닷컴에 “이 작업은 모기가 새들이 서식하는 숲 속으로 침투하지 못하게 보이지 않는 장벽을 세우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이 실험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박멸은 어렵더라도 해로운 점이 많은 살충제를 살포하는 것 보다는 훨씬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해당 프로젝트에 희망을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