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사상 최고치 경신…AI 열풍타고 시총 세계 1위 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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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5년 6월 26일, 오후 07:01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25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시장에 대한 기대 속에 주가가 급등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가 총액 1위를 다시 탈환하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중 하나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4.33% 오르며 154.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월 6일 기록한 종전 최고 종가(149.43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4월 저점 대비 주가는 63% 급등했으며, 시가총액은 이 기간 1조4000억달러(약 1940조원) 넘게 증가했다. 올해 주가는 11% 넘게 상승했으며, 2024년에는 170%, 2023년에는 240% 넘는 폭등세를 기록한 바 있다.

이로써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3조 7630억달러(약 5200조원)로 늘어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자리에 다시 올랐다. 애플은 약 3조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대규모 언어모델(LLM) 개발과 AI 연산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가 강화되며 중국 매출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에 여전히 높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 등 주요 고객사들도 AI 관련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이들 4개 기업은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승승장구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엔비디아가 기존 규제를 피하기 위해 개발한 AI 반도체 ‘H20’에 대해서도 추가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발목이 잡혔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향후 80억 달러 규모의 매출 손실과 함께 45억 달러어치의 재고를 상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는 또 AI 반도체에 대한 수출 규제를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엔비디아의 실적은 계속 우상향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5월 발표한 실적에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69%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73% 급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시장조사업체 LSEG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올해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월가에서는 엔비디아 주가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의 약 90%가 매수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며, 현재 주가는 평균 목표주가보다 13% 낮은 수준이다. 현재 실적 대비 주가 수준(PER)도 과거 평균보다 낮은 편이다. 향후 12개월 이익 전망 기준 PER은 약 31배로, 10년 평균을 하회하며 나스닥100지수의 평균(27배)과도 큰 차이가 없다.

마이클 스미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공동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 기술 경쟁은 2025년, 어쩌면 202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엔비디아의 성장은 다시 탄력을 받았고, 시장 지배력도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주주총회에서 “AI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며, 컴퓨팅 산업은 AI 인프라 대전환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