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젤렌스키, 이번엔 50분 만남…"美방공체계 구입 논의"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26일, 오전 06:37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만나 미국 방공 시스템 구입에 대해 논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젤렌스키 대통령 엑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회동이 끝난 후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무엇보다 우리 도시와 국민, 교회, 기반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방공 시스템 구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우크라이나는 이 장비를 구입하고 미국 무기 제조업체들을 지원할 준비가 됐다”며 “우리는 드론 공동생산 가능성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서로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설계한 방공 시스템 10대를 약 150억 달러에 구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항상 미사일 구매를 모색한다”며 “자신보다 20배 큰 상대와 전쟁을 벌인 뒤 미사일을 내줄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고 이를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참석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우크라이나에 방공 시스템을 추가로 보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4월 입장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메시지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방공 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제한적인 공급으로 인해)방공 시스템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미국이 이미 이스라엘이 일부를 제공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고 부연했다.

두 정상은 2개월 만에 다시 마주했다. 지난 2월 공개 ‘설전’을 벌이기도 했던 두 사람은 지난 4월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가 열리기 전 성 베드로 대성당 내부의 대리석 바닥 위에 의자를 놓고 앉아 15분가량 대화를 나눈 바 있다.

두 정상 사이의 긴장은 완화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우크라이나 전쟁 보다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등 중동 갈등으로 옮겨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두 정상은 당초 지난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만날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인해 조기 귀국하면서 만남은 불발됐다.

NYT는 “G7 정상회담 계기 만남 취소와 방공 시스템 공급 제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어려운 상황을 보여준다”며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외교적 지렛대와 군사적 지원을 잃게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유럽 국가들에 점점 의존하는 모양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각국 정상과 개별적으로 만났다. 의장국 네덜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무인기와 무인기 격추용 레이더 등을 지원할 계획이며, 영국은 러시아 동결 자산의 이자에서 나온 7000만 파운드를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방공 미사일 350기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