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빠진 호랑이 된 이란…“북중러와의 연대 시험대 올라”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26일, 오전 09:52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협공’으로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북한 ·중국·러시아와의 연대가 시험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인공위성 분석업체 막사르 테크놀로지스가 공개한 이란 중부 나탄즈 핵 농축 시설 사진에서 공습 분화구가 확인된다.(사진=AFP·막사르 테크놀로지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중·러가 적극적으로 이란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개입해 이란의 핵 시설을 타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로인해 이란을 도우려는 시도는 훨씬 더 위험하고 지정학적으로 복잡한 선택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란의 재건을 도와 트럼프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 북·중·러 모두 자국 이익을 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며, 러시아와는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이 걸려 있다. 북한 또한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 개입한 상황이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베남 벤 탈레블루는 “이란은 말 그대로 더 나은 재건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란에 대한 지원이 곧바로 이뤄질 것이란 데는 회의적”이라며 “상생 원칙은 이들 연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WSJ는 “북·중·러가 이란을 돕지 않는다면 이들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엇갈리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결국 서방의 경제적·지정학적 압박에 반대한다는 공통점 외에는 별다른 유대가 없는 느슨한 연대의 거래적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북한과 중국은 모두 미국의 이란 공습을 규탄하는 입장이나 성명을 발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23일 블라미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압바스 아라치 이란 외무장관을 접견했지만 군사 원조는 제공하지 않았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은 최근 몇년 동안 반(反)미국 연대로서 에너지, 군사, 외교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비영리단체 핵위협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이란의 최대 핵 연구 단지이자 미국 공습의 주요 목표물이었던 이스파한 핵 시설은 1984년 문을 열 당시 중국의 도움으로 지어졌다. 중국이 공급한 소형 연구용 원자로 3기가 이곳에서 운영됐다. 북한은 나탄즈와 이스파한의 핵 시설의 거대한 지하 터널을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줬으며, 현재 수백 명의 러시아 핵 전문가들이 이란에서 일하고 있다.

물론 북·중·러의 이란 지원이 은밀히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중국은 1990년대 후반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공식적으로 중단했지만 핵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스파한 연료 변환 센터의 설계를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2008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의 사간드 우라늄 광산 개발을 도운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