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탄, 中 운송은 '허용' 하역은 '금지'…트럼프 행정부 속내는?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26일, 오전 09:51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플라스틱 원료인 에탄의 대(對)중국 수출 제한을 일부 완화했다. 미국 내 에탄 재고가 쌓여가면서 자국 에너지 기업들의 불만이 터져나오자 일단 중국으로 운송은 허용했다. 다만 하역은 허용하지 않아 중국과의 희토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는 카드를 남겨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상무부 로고가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2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국 에너지 기업인 ‘엔터프라이즈 프로덕트 파트너스’와 ‘에너지 트랜스퍼’가 에탄을 중국 항구로 운송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이달 초 ‘중국에 에탄 수출을 허가해달라’ 엔터프라이즈 프로덕트 파트너스의 신청 3건 모두를 불허했다. 중국이 에탄을 군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불허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에탄은 미국이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며, 중국이 주요 수입국이다. 중국이 올해 1~4월 수입한 에탄의 99%가 미국산이다.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목록에서 에탄을 조용히 제외하기도 했다.

미국 당국이 중국으로 운송은 허용했지만, 중국 내 기업이 에탄을 하역해 사용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BIS가 지침 일부를 변경한 것은 최근 몇 주간 석유업계의 강력한 로비 활동 이후 나온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탄 생산 업계는 이번 제한 조치로 재고가 증가하며 중국보다 미국이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주말 기준 이네오스그룹이 에탄을 실은 유조선 1척의 출항을 대기하고 있으며, 엔터프라이즈 프로덕트 파트너스는 선박 3~4척이 발이 묶인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수출 완화 조치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시간을 벌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미국 휴스턴에서 출항한 에탄 선박이 중국 항구에 도달하는 데 약 30일이 걸리는 만큼 해당 기간 동안 무역협상의 추가 진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제트엔진, 에탄 등 첨단 및 에너지 관련 품목의 수출을 제한하며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카드로 활용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