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 선제 공격을 시작한 지난 13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무실에서 공개한 하메네이의 사진. (사진=AFP)
하메네이는 이스라엘과 미국에 의한 암살 시도를 막고자 벙커에 숨어 전자 통신마저 차단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하메네이 기록관 소장인 메흐디 파자엘리는 전일 이란 국영TV를 통해 “최고지도자를 경호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메네이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는 “모두 기도해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지난 21일 미국은 이란의 핵 시설 3곳을 타격했으며, 이틀 후 이란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카타르 내 미군 시설을 타격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 협정에 합의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하메네이의 부재는 그가 핵심 결정에 얼마나 관여하고 있는지 혹시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등 각종 추측과 의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하메네이의 군사 부문 고문인 야흐야 라힘 사파비 이란 혁명수비대(IRGC) 소장의 아들이자 정치분석가인 함제 사파비는 “이스라엘이 휴전 중에도 하메네이를 암살할 가능성을 우려해 극단적인 보안 조치가 시행, 외부와의 접촉이 철저히 차단되고 있다”며 “실용적인 차원에서 권한이 일부 위임되고 있으나 여전히 하메네이가 원격으로 주요 결정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YT는 이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하메네이의 부재로 인해 이란 내부에선 온건파와 강경파가 권력 다툼을 벌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 주도권을 쥔 이들은 온건파로 분류된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대표적으로, 그는 전일 미국과의 협상 재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이날 내각 회의에서 “지금이야말로 변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라며 국가 운영 방식에 변화를 줄 때가 됐음을 시사했다.
강경파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선 후보이기도 했던 사이드 잘릴리 전 외무차관은 ‘깜짝 휴전’의 정당성과 미국과의 핵 협상 재개를 맹렬히 비난했다. 보수 성향의 정치 분석가 포아드 이자디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금 이 시점에서 협상을 운운하는 것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정치 자질 부족”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장은 “하메네이의 부재는 주목할 만하며 이란 지도부가 극도로 조심스럽고 안보 중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내달 이란에서 열리는 이슬람 시아파의 최대 행사인 아슈라 기념식에 하메네이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쁜 징조”라며 “그는 반드시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