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택대출 심사 때 비트코인도 '자산'으로 인정한다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26일, 오전 12:17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 내 주택 구매자가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받아 주택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은 양대 국책 부동산담보 대출기관에 ‘단독주택 담보대출’(Single Family Mortgage Loan) 위험을 평가할 때 대출자가 보유한 가상자산도 자산으로 고려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시키려는 경제 정책 기조에 따른 것으로 미 주택금융 시스템 내에서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비트코인 관련 이미지(사진=생성형AI 서비스)
25일(현지시간) CNBC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FHFA는 국책 부동산담보 대출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단독주택 담보대출 위험을 평가할 때 대출자가 보유한 가상자산도 자산으로 고려할 것을 지시했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미국 내 금융기관이 승인한 주택담보대출을 매입하고 이를 보증하는 기관으로 대출자의 소득, 신용점수, 보유 자산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대출 적격 여부를 판단한다

이번 지침은 대출 적격 여부 평가 과정에서 디지털 자산을 포함하는 제안서를 개발하고, 대출 계약 전 대출자에게 가상자산을 현금화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는 기존 금융권이 가상자산의 변동성과 신뢰성 부족을 이유로 대출 심사에서 배제해온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움직임으로 평가받는다.

FHFA는 또 ‘가상자산은 주식과 채권 시장 밖에서 부를 축적할 기회를 제공하는 신흥 자산군’이라고 명시했다. 가계 금융 포트폴리오에서 가상자산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내용이다.

다만 FHFA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해야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가상자산이 미국 내 규제를 받는 중앙화 거래소(CEX)에 저장돼 있고, 보유 내역을 법적으로 명확하게 입증해야 한다.

또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는 가상자산 관련 평가 방안을 이사회에 제출하고, 이후 FHFA에 최종 심사를 받도록 했다. 가상자산의 시장 변동성을 반영할 수 있게 내부 조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번 방침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기존 정책을 뒤집는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 기조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두 기관은 가상자산의 변동성을 이유로 주택 구매자의 대출 자격 심사에 반영할 수 없다고 명시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5개의 가상자산을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도록 지시했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가상자산 수용 정책도 이같은 정책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침에 서명한 윌리엄 풀테 FHFA 국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조치는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FHFA의 지침이 금융시장에 새로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두 기관이 공기업에서 민간회사로 전환될 가능성도 언급되는 가운데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할 경우 리스크 프리미엄을 증가시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