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해밀턴에 있는 아르셀로미탈 도파스코 제철소. 아르셀로미탈은 최근 독일에 수소환원제철소 설치 및 전기로 확대 등의 프로젝트를 사실상 중단하기로 했다. 탈탄소 정책 지연으로 그린 수소가 안정적인 가격과 양으로 공급될 기반 시설이 미비해 쓸모있는 연료가 되지 못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사진=게티이미지)
26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투자정보업체 모닝스타를 인용해 올해 1~3월 유럽 ESG 펀드에서는 12억달러(약 1조 6398억원) 규모의 자금 순유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첫 사례다. 같은 기간 전 세계 ESG 펀드에서도 총 86억달러가 순유출되며 직전 분기(181억달러 순유입)에서 급변했다. 미국은 10분기 연속, 일본은 11분기 연속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유럽마저 감소세로 전환하며 중장기적으로 ESG 투자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SG 펀드는 기업의 기후 대응, 인권 문제 등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투자처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급성장해왔다. 현재 글로벌 ESG 펀드 운용자산(3조 1600억달러·4288조 4360억원) 중 유럽이 84%를 차지하며, 미국이 1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ESG 투자에 집중해온 영국의 운용사 임팩스 애셋 매니지먼트는 1분기 동안 운용자산의 30%에 달하는 87억파운드(약 17조원)를 잃었다. 이안 심 CEO는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을 투자 철학으로 삼아왔지만, 미국 포퓰리즘 정치가 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정권 시절 도입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바탕으로 기후변화 대응 보조금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며 기업들이 환경 분야에 대한 우선순위를 낮출 수밖에 없는 것도 주요 이유다.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흐름 속에 유럽 역시 탈탄소 정책에서 후퇴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월 기업의 환경 관련 정보공개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ESG 추진에 역행한다는 반대도 있었지만, 과도한 행정 부담으로 인해 본업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이 최근 그린워싱 방지를 위해 ESG 펀드의 정의 기준을 강화했으며, 이로 인해 실제 ESG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펀드들이 통계에서 제외되며 자금 이탈이 더 크게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ESG 펀드 신규 설정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 1분기 신규 설정된 펀드는 전 세계적으로 54건에 그쳐 전 분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미국에서는 신규 설정이 전무했고, 유럽에서도 40%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탈탄소 정책을 뒷받침해온 ESG 펀드 자금의 이탈이 중장기적으로 산업혁명부터 지구의 온도 상승률을 1.5도로 제한하는 ‘파리기후협정’의 목표 달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모토리 다이스케 모닝스타 재팬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ESG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