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달러, 3년 만 최강세…TSMC 등 수출기업엔 '부담'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26일, 오후 03:04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대만달러가 주식시장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과 미 달러 약세에 힘입어 3년 만에 최고치 수준으로 강세를 보였다.

대만 타이베이의 한 은행에서 창구 직원이 100달러 지폐와 1000대만달러 지폐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사진=로이터)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 대비 대만달러 환율은 장중 0.7% 하락해 29.15대만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달러 대비 환율 하락은 대만달러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최근 대만달러는 아시아 통화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달러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약 12% 절상됐다. 지난달엔 1980년대 이후 하루 기준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강세 배경으로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와 현지 자산운용사들의 해외자금 송환을 꼽았다.

대만달러의 예상을 뛰어넘는 급격한 강세는 대만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달러 자산에 크게 노출된 생명보험업계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실제 대만의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지난 5월 한 달 동안 환차손 등으로 총 12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만 금융당국은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응해 보험사들의 리스크 산출 방식 등 규제 일부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상태다.

이날 일부 국영 은행들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달러화를 매입하는 움직임도 포착됐지만, 개입 규모는 제한적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급격한 환율 변동은 대만 최대 기업인 TSMC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TSMC는 최근 환율변동 위험 관리를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100억 달러의 해외 자본 투입 계획을 발표했다.

OCBC은행의 크리스토퍼 웡 외환전략가는 “수출기업과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달러를 매도하면서 대만달러 강세가 악순환에 빠질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쿤 고 아시아 리서치 총괄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다시 대만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며 “수출업체들이 여전히 많은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보험사들도 환율변동 위험을 적극적으로 헤지하고 있어 대만달러가 조만간 달러당 29선도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