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사진=AFP)
루마니아 출신 극우 성향의 유럽의회 의원(MEP) 게오르게 피페레아는 FT에 의원 72명의 서명을 확보했다며 이날 불신임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시도는 본질적으로 투명성 확보와 진정한 민주적 절차 수호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페레아 의원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속한 중도우파 정치그룹(EPP) 내에서도 일부가 불신임안에 동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 전체를 해임시키기 위해선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즉 총 720명의 의원 중 481명 이상이 불신임에 찬성해야 해야 통과된다. 지난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재선 인준 투표에서 찬성 401표를 얻어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불신임안의 핵심 근거는 화이자 게이트다. 2021년 2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EU는 화이자와 350억 유로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그해 4월 뉴욕타임스(NYT)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의 사적인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고 계약 진행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NYT가 제기한 정보공개청구 행정소송 결과 지난 5월 EU 법원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불라 CEO 사이에 오간 백신 구매 협상 메시지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피페레아 의원은 유럽의회가 배제된 채 EU 재무장을 위해 부채 발행이 결정된 점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집행위의 절차적 남용이라며 비판했다.
실제 불신임 투표가 진행된다면 내달 중 표결이 부쳐질 가능성이 높으나 실제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고 FT는 전망했다.
피페레아 의원도 이에 동의하면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게 건설적이고 근거 있는 비판을 제기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며 “이 안건은 집행위로 하여금 우려 사항에 답하고 명확한 설명을 내놓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FT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좌우 진영 모두의 지지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정치적 타협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유럽의회에서 불신임안은 실제로 통과된 적은 거의 없다. 1999년 자크 상테르 위원장이 사임한 것이 유일한 사례로, 당시에도 투표는 부결됐지만 투명성 결여와 부패 의혹에 집행위 전원이 사임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