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 불화에 기회 노리는 제프 베이조스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26일, 오후 03:30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멀어진 틈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노리고 있다.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빈자리를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 파고드는 모양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조스가 이달 들어 트럼프 대통령과 두 차례 직접 통화했다고 보도했다. 또 데이브 림프 블루오리진 CEO는 백악관에서 수지 와일스 대통령 비서실장과 면담했다.

베이조스와 림프는 블루 오리진의 정부 우주계약 수주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조스와 통화에서 자신의 임기 중 유인 달 탐사를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고, 베이조스는 블루오리진이 그 목표에 부합하는 파트너라는 점을 적극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루 오리진과 백악관의 접촉은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갈등이 알려진 직후 이뤄졌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자금으로만 2억5000만달러(3400억원)를 쏟아부었지만 이달 초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지지했던 제러드 아이작먼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 지명도 철회했다.

블루오리진 임원진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머스크 CEO와 트럼프 대통령 간 친밀한 관계가 정부 계약 수주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머스크의 입지가 약해진 틈을 타 베이조스는 트럼프 대통령 환심 사기에 나섰다. 베이조스는 26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리는 자신의 초호화 결혼식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으며, 최근 몇 달간 이방카 트럼프 부부와의 관계도 다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조스의 결혼식에 참석하지는 않는다.

아마존은 멜라니아 여사 다큐멘터리 스트리밍 판권을 경쟁사보다 3배 높은 4000만달러(약 577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이는 다큐멘터리 역사상 최고 금액이다. 아마존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100만달러(약 13억6000만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베이조스는 자신이 소유한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것을 막고 중립을 유지하도록 힘을 행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긍적적으로 평가했다는 전언이다.

머스크와 베이조스는 수년간 우주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왔으나 스페이스X가 블루오리진보다 앞서며 미 항공우주국(NASA)의 주요 계약 업체로 자리 잡았다. 지난 4월 미 공군 우주사령부는 향후 우주 발사계획에서 스페이스X에 59억달러(약 8조원) 규모로 28회 임무를 맡기고, 블루오리진에는 24억달러(약 3조원) 규모로 7회 발사를 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 중인 차세대 방공 시스템 ‘골든 돔’과 화성 유인 탐사 프로젝트 등에서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은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WSJ은 “베이조스는 트럼프와 머스크의 결별을 기회로 삼으려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