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은 형편없어!" 트럼프가 보는 차기 연준 의장 후보는?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26일, 오후 05: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임으로 3~4명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히면서 후보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 의장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9~10월 중 차기 연준 의장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밝혔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로, 현재 시점에서 약 11개월이나 남았다. 만약 WSJ의 보도대로 9~10월 후임 의장이 발표된다면 약 반년 넘게 남은 시간 동안 현직 연준 의장과 ‘그림자 의장’(Shadow chair)이 공존하는 셈이다. 과거에도 연준 의장과 차기 의장이 공존하는 시기가 있었지만, 대부분 임기 만료 3~4개월 전 이뤄졌으며, 차기 의장은 조용히 ‘전환기’를 보내며 정치적 중립성과 연준의 독립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행동했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의장 인선은 반대로 시장의 기대 심리를 선제적으로 조정하는 효과를 노린다는 점에서 그 궤(軌)를 달리한다.

연일 파월 의장을 비판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파월은 곧 물러나게 된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형편없다”며 “후임자는 3~4명으로 압축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이 올 가을부터 연준 의장 후보 면접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후임 후보로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캐빈 헤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 베센트 재무장관 등이 거론된다. 이 외에도 데이비드 맬패스 전 세계은행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2009년 3월 14일, 영국 호샴에 위치한 사우스 로지 호텔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왼쪽부터) 케빈 워시 미국 연준 이사, 당시 미국 재무장관이었던 티머시 가이트너, 이성태 한국은행 총리가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AFP)
모건스탠리 출신인 워시 전 이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이었던 2006년부터 2011년 연준 이사를 지냈던 인물이다. 당시 35세 나이로 연준 이사가 되며 연준 역사상 최연소 이사이기도 하다. 현재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강의하며, 보수 성향의 후버연구소 연구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와의 파트너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에스티로더 상속녀 제인 로더와 결혼했으며, 장인 로널드 로더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깊다.

이런 개인적 인연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매우 훌륭한 사람”이라고 공개적으로 칭찬해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당시 워시 전 이사는 재무장관직을 둘러싼 베센트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갈등 속에서 그를 대안으로 고려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적극적으로 촉구하는 상황에서 워시 전 이사의 매파 성향이 과연 적합하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워시 전 이사는 최근에도 “연준의 과도한 저금리와 양적완화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고, 정부 지출의 방만함을 초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또 최근 보스턴 강연에서 “대통령이 약한 사람을 원한다면 나는 적임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배런스에 다르면 그는 봄철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해임을 고려할 때 중재해 잔류를 설득한 인물이기도 하다.

또 그가 연준을 떠난 지 15년이 넘은 점, 최근 직접적인 정책결정에 관여한 점이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케빈 헤셋(왼쪽)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사진=게티이미지)
해샛 NEC 의장은 현재로서는 의장직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주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WSJ는 전했다. 반면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베센트 재무장관은 “대통령이 원하시는 일은 무엇이든 기꺼이 하겠다”며 의장직에 대한 관심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충실히 반영할 인물로 꼽힌다.

데이비드 맬패스 전 세계은행그룹 총재(사진=AFP)
맬패스 전 총재는 최근 연준의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미지 정치’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건조한 화법과 대중 메시지 전달 능력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상원에서 그의 ‘정파적 태도’를 문제삼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2022년 세계은행 총재 재임 중에도 기후변화 대응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으며, 결국 조기 사임한 인물이기도 하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사진=게티이미지)
최근 연준에서 가장 먼저 금리 인하를 주장한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5년 전 연준 이사로 지명한 인물이지만, 개인적 친분은 깊지 않다고 한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누가 의장이 되든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독립성과 신뢰성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면서 특히 해셋·베센트처럼 행정부 출신 후보는 연준의 독립성에 의문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이체방크는 “기대보다 월러의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WSJ는 차기 의장이 조기 임명되더라도 그가 현직 위원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반대로 연준을 옹호할 경우, 상원 인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협화음이 발생하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파월 의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이다. 파월 의장의 의장직 임기는 내년 5월 끝나지만, 연준 이사로서의 임기는 2028년까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이사직 수는 훨씬 줄어드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