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사진=AFP)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로, 현재 시점에서 약 11개월이나 남았다. 만약 WSJ의 보도대로 9~10월 후임 의장이 발표된다면 약 반년 넘게 남은 시간 동안 현직 연준 의장과 ‘그림자 의장’(Shadow chair)이 공존하는 셈이다. 과거에도 연준 의장과 차기 의장이 공존하는 시기가 있었지만, 대부분 임기 만료 3~4개월 전 이뤄졌으며, 차기 의장은 조용히 ‘전환기’를 보내며 정치적 중립성과 연준의 독립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행동했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의장 인선은 반대로 시장의 기대 심리를 선제적으로 조정하는 효과를 노린다는 점에서 그 궤(軌)를 달리한다.
연일 파월 의장을 비판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파월은 곧 물러나게 된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형편없다”며 “후임자는 3~4명으로 압축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이 올 가을부터 연준 의장 후보 면접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후임 후보로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캐빈 헤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 베센트 재무장관 등이 거론된다. 이 외에도 데이비드 맬패스 전 세계은행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2009년 3월 14일, 영국 호샴에 위치한 사우스 로지 호텔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왼쪽부터) 케빈 워시 미국 연준 이사, 당시 미국 재무장관이었던 티머시 가이트너, 이성태 한국은행 총리가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AFP)
이런 개인적 인연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매우 훌륭한 사람”이라고 공개적으로 칭찬해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당시 워시 전 이사는 재무장관직을 둘러싼 베센트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갈등 속에서 그를 대안으로 고려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적극적으로 촉구하는 상황에서 워시 전 이사의 매파 성향이 과연 적합하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워시 전 이사는 최근에도 “연준의 과도한 저금리와 양적완화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고, 정부 지출의 방만함을 초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또 최근 보스턴 강연에서 “대통령이 약한 사람을 원한다면 나는 적임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배런스에 다르면 그는 봄철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해임을 고려할 때 중재해 잔류를 설득한 인물이기도 하다.
또 그가 연준을 떠난 지 15년이 넘은 점, 최근 직접적인 정책결정에 관여한 점이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케빈 헤셋(왼쪽)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사진=게티이미지)

데이비드 맬패스 전 세계은행그룹 총재(사진=AFP)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사진=게티이미지)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누가 의장이 되든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독립성과 신뢰성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면서 특히 해셋·베센트처럼 행정부 출신 후보는 연준의 독립성에 의문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이체방크는 “기대보다 월러의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WSJ는 차기 의장이 조기 임명되더라도 그가 현직 위원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반대로 연준을 옹호할 경우, 상원 인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협화음이 발생하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파월 의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이다. 파월 의장의 의장직 임기는 내년 5월 끝나지만, 연준 이사로서의 임기는 2028년까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이사직 수는 훨씬 줄어드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