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지 않는 소비, 꽉막힌 수출길…中 시진핑 정권 흔드나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13일, 오후 06:51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방성훈 특파원] 올해 상반기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대비 0.1% 하락했다. 정부가 ‘이구환신’(낡은 가전을 새 것으로 교체)을 계속 외치며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좀처럼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해외수출도 6월 증가폭(전년동월대비)이 지난 4월(12.4%) 대비 3분의 1토막인 4.8%에 그치는 등 수출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중국이 내수시장 침체 및 미국의 관세 압박 등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반체제 매체를 중심으로 시 주석 실각설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다.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양회 중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
시 주석의 실각설은 ‘대민’이나 ‘파룬궁’ 같은 반(反) 중국 체제에서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미국 매체나 전직 관료들 입에서도 시 주석의 입지가 위태롭다고 언급하는 일이 늘고 있다.

그레고리 슬레이튼 전 주버뮤다 미국대사는 지난달 말 미국 보수 성향 매체인 뉴욕포스트 칼럼을 통해 “지난 몇 달 동안 전례 없는 사태 전개가 중국 시 주석의 실각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고 지목하며 “시 주석이 곧 있을 공산당 전체 회의에서 물러날 수 있다”고 예측해 파장이 일었다.

현재 중국공산당 내 시 주석을 대체할 만한 유력한 후계자가 보이지 않고, 시 주석이 여전히 당과 군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실각설은 실체 없는 소문으로 취급된다. 중국 내부에서도 시 주석 입지는 여전히 굳건한 상황이다. 다만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

‘시 주석 측근들이 군부에서 잇따라 숙청되고, 공산당이 새로운 조직(중앙 정책결정 의사협조기구)을 만들기로 한 것’ 등을 볼 때 중국 내 장악력이 약화하고 있는 것 아니냔 추측이다. 시 주석의 브릭스(BRIC) 정상회의 불참 같은 소식은 건강 이상설을 부르기도 했다.

최근 몇 달간 계속된 국내외 정세 혼란은 중국의 정치·경제 상황을 불안으로 몰고 가고 있다.

우선 경제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중국 성장동력이 크게 약화했다. 중국이 미국 관세 부과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빠른 속도로 협상을 맺어 중국측이 성과를 거뒀다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사실 관세 전쟁이 길어졌다면 타격이 더 큰 쪽은 중국이었다.

실제 중국 수출액 증가폭(전년동월대비)은 4월 12.4%에서 6월 4.8%로 3분의 1토막이 났다. 저렴한 가격의 제조업 수출로 쏠쏠한 재미를 거뒀으나 미국의 전방위 관세 압박으로 부담이 커졌다. 중국은 내수 부진으로 이미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 위기가 커지고 있는데 수출 통로가 막히면서 내부 공급 과잉이 더 심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대비 0.1% 하락했다. 물건을 아무리 많이 팔아도 실제 치르는 값은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물가 하락은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져 정부가 우려하는 대규모 실업난을 가속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업체들이 할인 경쟁을 펼치자 정부(공업정보화부)가 직접 나서 자제를 촉구한 것도 이러한 걱정을 드러내는 사례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국가공동체(CELAC) 포럼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


시 주석은 그동안 모든 인민이 잘사는 ‘공동부유’를 강조하며 인내를 당부했으나 최근 1~2년 들어선 이를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반면 경제 성장을 위한 강력한 정책을 주문하고 있는데 이는 장기간 경기 침체에 지친 중국인들의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시 주석 경제 체제에 대한 중국 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통제가 강한 중국 내에서 차량 돌진이나 흉기 난동 사건, 임금 체불에 반발한 시위 소식이 종종 들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중국 가장 큰 원칙인 ‘하나의 중국’을 흔드는 모습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국방비 증액을 주장하며 최대 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해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고, 티베트(중국명 시짱)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최근 후계에 대해 언급하면서 중국측 반발을 샀다.

정보 제공이 상당히 제한적인 중국에서 현재 시 주석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할 길은 없다. 한 외교 소식통은 “지금까지 중국 상황을 보면 (특정 소식이) 발표되면 그다음 해석을 할 수 있을 뿐 앞으로 뭐가 있을 것으로 미리 알 수는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 베이징은 9월 3일 시작하는 전승절 80주년 기념식과 열병식 행사 준비에 바쁜 모습이다. 이때 전승절과 열병식에서 시 주석 행보에 관심이 모일 전망이다. 중국공산당 연례 행사인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 개최 시기와 결과도 중국 내 정세를 가늠할 ‘빅이벤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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