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의 ‘슈퍼맨’ 이미지.(출처=미 백악관 엑스 캡처)
13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언론인 호세 안토니오 바르가스와 사회운동가 앤드류 슬랙이 공동으로 집필한 ‘할리우드 리포트’ 칼럼이 트럼프 대통령을 악당 렉스 루터로 비유한 칼럼이 화제다. 바르가스는 2008년 워싱턴 포스트의 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 보도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언론인이다.
이들은 칼럼에서 미국의 이민 정책,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 시민권 폐지 시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슈퍼맨이야말로 ‘불법 이민자’로 출생 시민권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백악관은 지난 10일 공식 엑스(X·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슈퍼맨의 모습을 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를 올렸다. 이 사진은 미국에서 11일 개봉한 영화 ‘슈퍼맨’의 포스터에 고개를 치켜든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합성했다. 백악관은 이 사진과 함께 “희망의 상징”(THE SYMBOL OF HOPE), “진실. 정의. 미국의 방식.”(TRUTH. JUSTICE. THE AMERICAN WAY.), “슈퍼맨 트럼프”(SUPERMAN TRUMP)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슈퍼맨을 만든 제임스 건 감독은 영화 개봉 전 영국 더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슈퍼맨은 곧 미국의 이야기이며 다른 곳에서 온 이민자가 이 땅에 정착한 이야기”라며 “이 영화는 우리가 잃어버린 ‘기본적인 인간 친절’을 가치로 여기는 이야기”라고 말했다가 미국 내 주요 보수 인사들의 반발을 샀다.
칼럼은 “슈퍼맨은 87년간 불법 이민자였으며, 2013년 ‘슈퍼맨은 이민자다’(Superman is an Immigrant) 캠페인을 통해 이 사실을 다시 상기시켰다”면서 “이민자 정체성이 슈퍼맨 서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슈퍼맨은 이민자다’라는 캠페인은 2013년 시작된 미국 내 사회운동으로 슈퍼맨이라는 대중문화를 통해 이민자의 가치와 정체성을 재조명하려는 취지로 시작됐다.
슈퍼맨은 1938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작가 제리 시겔과 예술가 조 슈스터가 만든 영화로, 멸망해가는 행성 크립톤의 마지막 왕의 아들이 미국의 한 시골 부부에게 길러진 뒤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초능력을 발휘해 생명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슬랙과 바르가스는 건 감독의 발언이 정치적이라는 일부 보수 진영의 주장에 대해 “슈퍼맨은 항상 정치적이었다”며 그를 옹호했다. 슈퍼맨이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 백인 극단주의 단체 쿠클럭스클랜(KKK), 외국인 혐오증에 맞서 싸운 슈퍼맨의 행보를 예로 들었다.
칼럼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한하려 했던 출생 시민권 정책이 없었다면 슈퍼맨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슈퍼맨 창작자들은 모두 유대계 이민자의 자녀였으며, 만약 출생시 시민권이 없었다면 그들은 미국에서 추방돼 나치 독일로 보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렉스 루터에 비유하며 꼬집었다.
칼럼은 “트럼프가 등장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으며 더 놀라운 건 1986년 DC 코믹스가 렉스 루터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면서 실제로 트럼프를 모델로 삼았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2000년에는 루터가 만화 속에서 대통령이 되어 ‘외계인 배척 정책’을 펼치게 되는데, 현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이민자들을 겨냥하게 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고 덧붙였다. 칼럼은 “슈퍼맨은 망토를 두른 미국의 양심”이라며 “비판자들은 그들이 실제 슈퍼빌런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