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다이먼 회장은 이날 2분기 실적 발표 후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봄까지 파월 의장을 교체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자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후임자를 지명할 경우 미 주식과 채권 가격은 급락할 것”이라며 “반대로 독립적인 인물을 지명한다면 조금 일찍 후임을 발표하더라도 시장은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월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 금리 인하 압박이 연준의 신뢰도를 떨어트릴 수 있다고 우려해왔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다이먼 회장이 처음이다.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되면 금융시장을 지탱하는 미국 국채와 달러에 혼란을 줘 전 세계 자본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월가의 보편적인 인식이다.
월가의 거물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입장 표명을 꺼리는 것을 고려하면 다이먼 회장의 이날 경고는 월가의 대변인으로서 작심 발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당시 보호무역주의와 기준금리 인하 압박 등을 비판했던 다이먼 회장은 집권 2기 들어선 쓴소리를 삼가 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 인사들은 연일 파월 의장의 거취를 거론하며 기준 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2028년 1월까지 연준 이사로 남아 기준 금리 결정에 참여할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그가 연준 이사로 남는 것도 막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차기 연준 의장의 후보자를 찾기 위한 공식 절차가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전임 연준 의장이 계속 연준 의장을 맡는다면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파월 의장이 교체되면 이사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파월 의장을 향해 “나쁜 의장, 얼간이”라며 원색 비난했다.
◇‘연준 정치화’ 땐 부작용 심각…차기 연준 의장도 부담
다만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5월까지인 파월 의장의 임기 만료 전 그를 해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을 해임하면 미 국채 매도를 유발해 국채 수익률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시장은 기준금리를 낮춰 연방 정부가 갚아야 할 국채 이자를 낮추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와는 정 반대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파월 의장을 교체하지 않더라도 ‘연준의 정치화’에 대한 대가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베센트 재무장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가운데 어떤 인물이 의장을 맡더라도 시장은 그가 정치적인 결정을 할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다.
가이 르바스 재니캐피털 채권부문 수석 애널리스트는 “정치화된 연준이 경제 지표와 관계없이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금리를 낮출 것으로 시장이 믿는다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해 장기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새로 임명된 연준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타협하지 않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인하하더라도, 시장은 이를 정치적 압력에 따른 결정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향후 물가가 다시 상승해도 연준이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여길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차기 연준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대로 금리를 결정하는 선례를 남길 경우 후임 대통령들도 연준을 정치화할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