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스 이나시우 다시우바 룰라 브라질 대통령. (사진=AFP)
다만 룰라 대통령은 미국의 관세 예고를 “아직 위기로 보진 않는다”면서 양국 정상 간 대화를 통한 합의를 강조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은 우리가 테이블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진지하게 임해야 하며, 마음을 바꾸길 바란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저는 모든 필요한 협상에 열린 마음으로 임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양국 관계가 이런 식으로 지속돼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룰라 대통령은 미국이 실제로 5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맞불 관세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지난 15일 밝혔다.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내는 것과 달리 브라질은 미국에 무역수지 적자를 보고 있다. 브라질의 보복관세가 현실화하면 미국 역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룰라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모의 혐의에 대한 재판을 두고 ‘마녀 사냥’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배경으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꼽았다. 이를 두고 브라질에선 내정 간섭이라는 반발이 일었다.
룰라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외교 규약에서 벗어난 것이며, 전임 대통령의 운명을 무역 협상의 대상으로 여겨선 안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도 체포되고 재판을 받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7일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도 “미국과 같은 거대 국가의 대통령이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세계를 겁박하는 건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릭스를 미국과 달러의 지위를 위협하는 반미 블록으로 간주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오히려 브릭스 국가들의 상호 의존 유인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전쟁은 브릭스 국가들의 결집을 위한 계기가 되어 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