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관심은 대다수의 가상자산을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정의하고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규제 관할권을 부여한 클래리티법 상원 통과에 쏠리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코인이 ‘허가받지 않은 증권’이라는 논란에서 자유로워져, 산업 활성화에 있어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코인 3법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대한 규정을 체계화한 ‘지니어스법’ △가상자산 시장 명확성을 확보하는 ‘클래리티법’(CLARITY)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CBDC 발행을 금지하는 ‘CBDC 감시국가 방지법’을 말한다. 미 하원은 오는 18일까지 한 주를 ‘크립토 위크’로 지정하고 코인 3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지니어스법은 찬성 308대 반대 122로 초당적 지지를 받으며 통과됐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를 포함한 100명이 넘는 민주당 의원도 지니어스법안이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 시장에 편입되는 초석을 놓을 법이라고 보고 찬성표를 던졌다.
지니어스법은 이미 상원을 통과해 하원으로 넘어온 것으로 18일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긴 상태다. 지니어스법 도입으로 스테이블코인은 제도권 금융 산업에 편입되게 됐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실물 자산에 가치를 고정시켜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코인이다.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글로벌 송금, 급여 지급, 금융 인프라 혁신 분야에서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토니 터스 KPMG 대체투자 세제 부문 수석은 “이번 법안이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채택하려는 소매업체를 비롯한 다양한 업계에 더 큰 신뢰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관심은 하원 문턱을 넘어 상원으로 전달된 클래리티법의 최종 통과 여부에 쏠리고 있다. 업계는 클래리티법이 가상자산 산업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해당 법안은 코인의 증권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명확히 한 게 특징이다. 코인의 증권성 판단은 그동안 가상자산 산업의 가장 큰 규제 리스크로 꼽혀온 이슈다.
클래리티법은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기능하는 코인을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해,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권한을 약화시키고 CFTC에 더 많은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SEC가 주요 가상자산 기업에 대해 잇달아 소송을 제기하며 펼친 강경한 집행 조치로부터 업계를 보호하고 코인에 더 친화적인 CFTC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다.
카라 캘버트 코인베이스 최고정책책임자는 “클래리티법은 우리가 가장 강하게 추진해온 법안”이라고 말했다. 코인베이스는 미국 최대의 가상자산 거래소로, 오랫동안 SEC의 표적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SEC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보고 허가받지 않은 증권을 거래한다는 이유로 코인베이스, 크라켄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를 고소했다. 업계는 이 같은 제재가 미국 내 가상자산 산업 존속을 위협한다고 보고 공동으로 ‘페어셰이크(Fairshake)’라는 단체를 설립해 친(親)업계 성향의 의원들을 의회에 진출시키기 위한 대규모 정치자금 사용에 나섰다.
NYT는 “최근 SEC는 가상자산 기업들을 상대로 한 소송을 철회했지만, 이 같은 집행 조치가 차기 행정부 출범 시 다시 부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다”며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입법을 위해 집중적으로 로비를 펼쳤다”고 전했다.
클래리티법의 상원 통과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상원은 자체적으로 가상자산 시장 구조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으나, 관련 논의가 복잡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소비자 보호 단체가 강하게 반대하는 가상자산 친화적 법안에 상원 민주당 의원들이 동참할지도 미지수다. 힐러리 앨런 아메리칸유니버시티 교수는 “이 법안은 현재 증권법 체계를 말살할 정도로 끔찍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