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前대통령 담당' 대법관 美비자 취소에…"용납못해"

해외

이데일리,

2025년 7월 20일, 오전 10:52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자국 대법관에 비자 금지 조치를 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근거가 없다”며 19일(현지시간) 분노했다. 해당 대법관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외국 정부와의 접촉 금지 등을 명령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룰라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 구 트위터)을 통해 “미국 정부의 또 다른 자의적이고 전혀 근거 없는 조치로 피해를 입은 연방 대법관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표한다”며 “외국 정부의 사법 제도 간섭은 용납할 수 없는 일로 국가 간의 존중과 주권이라는 기본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누구로부터든 어떤 종류의 협박이나 위협이 있더라도 국가 권력과 기관의 가장 중요한 사명, 즉 민주적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손상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일인 18일 미국 국무부가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브라질 대법관 등의 미국 입국 비자를 제한한 데 따른 것이다. 마코 루비오 장관은 성명을 통해 지모라이스 대법관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정치적 마녀사냥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모라이스 대법관과 그의 직계 가족, 대법원 내 지모라이스 대법관 측근들에 대한 미국 입국 비자를 즉시 취소했다고 밝혔다.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2023년 대선 패배에 불복해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사건을 맡고 있다. 그는 18일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해 가택연금,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SNS 등을 통한 외국 대사 및 외국 정부 관계자 접촉 금지, 외국 대사관·총영사관 건물 접근 금지 등과 같은 임시 조처를 결정했다. 대법원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부자가 외국과 정당하지 못한 협상을 하는 등 적대적 행위를 하고 있는 혐의로 인해 경찰 신청과 검찰 청구 내용을 심리한 뒤 이 같은 임시 조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글레이시 호프만 제도관계부장관에 따르면 미국의 비자 제한 조치는 지모라이스 대법관을 포함해 브라질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11명 중 8명에게 내려졌다. 이들 중 대다수는 진보 성향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정치적 이유로 브라질에 50%의 고율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과 브라질 간 긴장 고조가 본격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보수 성향으로 ‘남미의 트럼프’로 불렸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쿠데타 모의 혐의를 받는 것이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진보 성향의 룰라 대통령은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했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개 서한을 SNS를 통해 공개하는 등 브라질 내정과 사법에 대한 개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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