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준공식이 24일에 성대히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갈마지구가 “명승지를 찾는 국내외의 내빈들이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근 2만명 숙박 능력의 호텔과 여관들이 자리 잡고 있는 관광지구”라며 “해수욕 봉사시설들과 다양한 체육, 오락시설들, 상업 및 급양봉사시설들이 꾸려져 있고 계절에 구애됨이 없이 동해 명승의 진미를 안겨줄 수 있는 문화생활기지”가 갖춰졌다고 소개했다. ‘국내외 내빈’이란 언급은 갈마지구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염두에 뒀다는 걸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번 준공식 행사에는 북한 주재 러시아 특명전권대사와 대사관 구성원들도 함께 하며 러시아인을 상대로 관광상품을 판매할 것임을 시사했다.
직접 준공 테이프를 끊은 김 위원장은 관광지구 곳곳을 둘러봤다. 김 위원장은 “공력을 들여온 숙원사업이 장쾌한 현실로 결속”됐다며 “당 제8차 대회 결정을 완결짓는 올해의 가장 큰 성과들 중의 하나로 기록될 경이적인 실체”라고 평가했다. 관광사업은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란 점에서, 북한이 비교적 자유롭게 외화벌이를 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으로 꼽힌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북한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0만명 수준이었고 이에 따른 외화 수입은 9000만~1억5000만 달러(1230억~2000억원)로 추산된다.
준공식에는 구찌로 추정되는 명품 가방을 든 리설주와 딸 주애도 참석했다. 리설주의 공개활동은 2024년 1월 1일 신년경축대공연 관람 이후 1년 반 만이다. 갈마지구가 가족 단위 여행지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김정은 일가가 총출동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아내 리설주, 딸 주애와 함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 참석했다. 리 여사의 공개활동은 약 1년 반 만이며,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붉은 원)로 추정되는 검은색 핸드백을 맨 모습이 포착됐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물론 관광이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비용을 내는 행위가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은 아니지만, 과거 금강산 관광 형태처럼 대규모 모객을 하는 방식이나 합작회사를 만들게 되면 문제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접근으로 내부 통제에도 금이 갈 수 있는데다 외국인 관광객이 북한의 열악한 실상을 유튜브 등에 그대로 올리는 것도 부담스럽다. 갈마지구는 북러·북중 국경지대가 아닌 강원도라 러시아나 중국과의 접근성도 떨어진다.
다만 갈마지구의 활성화를 위해 북러 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을 이곳에서 유치하면 상황은 달라질 전망이다. 갈마지구는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직후 “그는 엄청난 콘도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많은 해안을 갖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관심을 보인 곳이기도 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이뤄진다면 갈마지구를 우선 방문할 가능성이 농후하며 남북정상회담 성사시 개최 후보지로도 주목할 만 하다”며 “이는 갈마지구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만명 수용이 가능한 만큼, 이 정도 시설이나 규모를 갖춘 곳은 북한에 별로 없을 것”이라면서도 “정상행사가 열릴지는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형 해변 리조트 단지인 강원도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가 준공됐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이 24일에 성대히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