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이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국회를 찾아 30조 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설명하고 여야 협조를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로 대통령을 맞았지만, 국민의힘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현 경제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규정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4분기 연속 0%대에 머물고 있다”며 “전임 정부가 방관한 사이 내수가 급격히 위축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12·3 불법비상계엄은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 경기에 치명타를 가했다”며 “자영업자의 부채는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대책은 정부의 과감한 재정 투입이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손을 놓고 긴축만 고집하면 그것은 무책임한 방관”이라며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실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추경안에는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원, 최대 52만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포함됐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도 확대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소비 진작에 11조 3000억원, 투자 촉진에 3조 9000억원, 민생 안정에 5조원, 세입경정에 10조 3000억원을 각각 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추경은 경제 위기라는 가뭄을 해소하기 위한 마중물이며, 최소한의 조치”라고 했다.
연설 말미에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냈다. 그는 “추경안에 담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주저 없이 의견을 주시기 바란다”며 “어려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연설하는 도중에 총 12번의 박수가 본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고 침묵했다. 연설을 마친 후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자리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을 시작으로 진종오, 박정훈, 임종득, 인요한, 박정하 의원 등과 악수를 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과는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짧게 웃음 짓기도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여러 좋은 말씀을 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지만 말 따로 행동 따로가 된다면 결국은 거짓말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우려가 있다”며 “극소수 야당인 국민의힘의 목소리를 경청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료 : 기획재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