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안 처리 시점에 대해 “(공석인) 법제사법위원장만 신속히 선출된다면 7월 4일 이전 처리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으로 이춘석 의원을 내정하고 27일 본회의에서 선출할 예정이다.
처리할 상법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은 여전히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고, 전자주주총회를 의무화하는 내용은 포함될 것이 확실시 된다. 앞서 민주당은 두 조항이 담긴 상법 개정안을 야당 시절 단독 처리했지만, 거부권에 막혀 재표결 끝에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전신인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TF’ 소속 의원들은 대선 승리 후인 이달 초 두 조항에 더해 △이사회 구성 다양화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도입 △분리선출 감사위원 이사수 확대 △3%룰(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 강화 △사내이사→독립이사 명칭 변경이 추가된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와 관련해 진 의장은 “법사위가 법안을 어떻게 심사해서, 어떤 조항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며 “예단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당 코스피5000특위에서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을 논의 중인 상황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전자주총 의무화를 제외한 다른 조항들의 경우 추가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당초 주식시장 활성화TF는 전자주총 의무화 조항을 제외한 나머지 조항들에 대해 ‘공포 즉시 시행’을 요구했지만, 원내지도부는 재계와의 소통을 통해 시행 시기를 미루기로 했다. 김남근 민생부대표는 25일 경제6단체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전자주총 의무화 외에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에 대해서도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아울러 재계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로 경영진에 대한 배임죄 처벌 확대를 우려하는 점을 고려해, 재계와 배임죄 개정 논의에 나설 수 있다고 열어뒀다. 배임죄는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손해를 가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배임죄 판례는 ‘경영판단 원칙’ 명확…檢 기소 남발 ‘논란’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판례상으로 경영 판단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명확하게 기업인이 고의로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끼칠 의도가 입증돼야 유죄로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자의적 판단에 따른 기소로, 수년간 수사와 재판을 받다 최종 무죄를 선고받는 경우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판례에도 불구하고 수사·재판을 받을 우려로 과감한 경영적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재계 주장이다.
김 부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법원이 경영적 판단에 대해서는 배임죄 적용을 배제하는 등 이미 배임죄에 대해 엄격한 사법적 통제를 하고 있지만, 검찰이 배임죄 기소를 남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법으로 경영적, 정책적 판단에 대해 배임죄 적용을 배제해 검찰 기소 남용을 막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법원에서 무죄를 받더라도 검찰 기소 자체에 우려하는 측면이 있기에 상법을 개정한 후에 그걸 보완하자는 차원”이라며 “상법을 개정한 후에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선 다른 의견도 나온다. 진성준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에 따른 배임죄) 처벌 증가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다. 반대를 위한 반대 논거일 뿐”이라며 “(일단) 법 개정 후 시행해보며 만약 문제가 있다면 손댈 용의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