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실패한 대통령이 되지 않으려면

정치

이데일리,

2025년 7월 15일, 오전 05:00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지지율이 오르는 등 지금까지는 순항하는 모습이다. 국민의 평가가 괜찮은 데는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지지 세력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진보와 보수, 기업과 노동계 간에 편을 가르지 않고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정책과 인사가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이 지면을 통해 피력했듯이(6월16일자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참조) 과거 대통령들의 빛나는 업적은 지지층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을 추진해 이루어낸 것들이다. 그런 면에서 정책 방향성의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통령의 첫걸음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자칫 길을 잘못 들면 실패한 대통령이 되기 십상이다. 이전 두 전직 대통령이 대선주자 시절 경제 얘기를 듣고 싶다는 요청이 와서 만난 적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법률가 출신이어서 아무래도 경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지 싶다. 당시 만남은 언론에도 보도된 것이어서 과거 자료를 뒤적여 찾아봤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2015년 당시 유력한 대선주자로 한참 소득주도성장론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띄울 때였다. 하지만 한국과 같이 기업 양극화가 심하고 영세기업과 자영업자가 많은 나라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은 성립할 수 없는 모델이었다. 만난 김에 한국의 현실에 소득주도성장론은 맞지 않으며 자칫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를 전달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대통령이 된 후 소득주도성장론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결국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많은 부작용을 낳으며 문재인 정부 실패의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우도 유력한 대선주자 시절 의견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필자가 쓴 ‘자영업이 살아야 한국경제가 산다’라는 책을 읽어 보고 연락을 해왔단다. 책에서 강조한 대로 “진보나 보수의 진영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파악한 사실에 기반한 정책”을 펼 것을 주문했는데 이에 크게 공감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이후의 실제 행보는 그러지 못했다. 극우 보수의 투사와도 같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는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겠다.

두 전직 대통령의 실패에는 공통점이 있다. 잘못된 도그마에 지나치게 매몰됐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상징하는 가장 강력한 도그마는 기본소득이다.

하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수준의 전 국민 기본소득을 제공하려면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럴 여력이 없다.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지금의 복지체계만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복지비 부담 때문에 국가부채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앞을 먼저 거쳐 간 일본이 이를 증명한다. 지금의 국가부채 비율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낮으니 괜찮다는 주장은 무지의 소치이거나 당장의 정치적 이익을 취하는 데 급급한 포퓰리즘과 다름 없다.

기본소득은 인공지능(AI)이 사람의 노동을 유의미하게 대체하는 미래의 시대에 생각해 볼 수 있는 제도다.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한 AI가 부가가치 창출 기능을 충분히 해낸다는 전제하에 일자리 기회를 상실한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할 때 기본소득 제도는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물론 기본소득의 재원은 AI 로봇세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통령 정책의 맨 앞에 AI 강국이 놓인 것은 미래 기본소득 도입의 초석으로서 대단히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기본소득이라는 도그마의 유혹은 여전히 잠재해 있다. 조급히 기본소득을 뿌리내리려는 유혹의 손길을 어떻게 뿌리치는가가 이 대통령 성공 여부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과거의 성공한 대통령과 실패한 대통령의 사례를 곱씹어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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