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1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의 종료 시한(8월 1일)이 11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재명 정부가 범정부 차원의 총력 협상에 돌입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선이 마무리되며 경제라인이 완비된 데 이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워싱턴DC로 급파되며 협상의 물꼬를 트려는 모양새다.
21일 대통령실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구 부총리와 김 장관은 이르면 22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조현 외교부장관도 이번 주 출국해 관세 협상에 가세할 예정이다.
특히 구 부총리와 김 장관이 함께 나서면서 지난 4월 이후 중단됐던 재무·통상 수장 간 ‘2+2 고위급 협의체’가 재가동된다. 이번 방미가 사실상 마지막 담판의 무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미국 측과의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위 실장은 전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그는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의 회동을 조율 중인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이달 초에도 루비오 장관과 만나 관세 협상과 한미 정상회담 의제 전반을 논의한 바 있다.
위 실장까지 급파된 것은 정부가 이번 방미를 관세, 비관세, 안보를 아우르는 ‘패키지 협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상 간 담판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만큼, 정부는 신중하게 다방면의 협상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우선 정부의 최우선 목적은 이번 협상에서 관세 인하 폭을 극대화하고, 비관세장벽 부담은 최소화하며, 안보 분야에선 한미 간 ‘윈-윈’이 가능한 협상 구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특히 25%의 고율 관세가 예고된 자동차, 철강·알루미늄 등의 품목에 대해 한국에 유리한 조정이 이뤄지도록 협상 카드를 다듬고 있다.
미국 측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 온라인 플랫폼 규제 완화, 고정밀 지도(5000대 1 축척) 해외 반출 허용 등 민감한 사안들을 요구 중이다. 이에 따라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철폐, 쌀 수입 쿼터 확대, 사과 수입 개방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이와 함께 미국산 LNG 수입 확대, 조선·제조업 협력, 알래스카 가스관 프로젝트 등 산업 협력안을 포함한 교환 카드도 조율 중이다.
다만 농산물 분야의 양보는 국내 여론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산업 전반의 이익과 정치적 수용성 간 균형을 고려한 전략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왼쪽부터),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7.1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안은나 기자,이광호 기자
李대통령, 정의선·구광모 회장 만나 대미 투자 협상안 조율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을 관저로 초청해 대미 투자 방향과 관세 대응 전략을 논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위 실장은 이들 기업의 대미 투자 의향 등을 고려해 협상안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진다.
협상 범위는 관세에 국한되지 않는다. 1차 '2+2' 협의 당시와 마찬가지로 통화·환율 정책, 경제 안보, 투자 협력까지 아우르는 '홀 패키지' 방식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고위급 협상이 성과를 낼 경우, 이르면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할 경우 정상회담은 8월 이후로 미뤄지고, 패키지 딜도 부처 간 이견으로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관세 협상 종료 시한을 앞두고 정부는 이번 협상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고 8월 상호관세 전면 발효를 막기 위해 가용한 모든 협상 역량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당국자들과 다양한 경로로 여러 협상을 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며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와서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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