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장민수 기자) 인간을 웃고 울리는 감정이란 대체 뭘까. 연극 '디 이펙트'가 유쾌하고 진중하게 이를 탐구한다.
'디 이펙트'는 항우울제 임상 테스트에 참여한 코니 홀과 트리스탄 프레이, 테스트를 감독하는 박사 로나 제임스와 토비 실리 네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다. 루시 프레블 작가 작품으로, 박지선 작가가 윤색, 민새롬 연출가가 번역과 연출을 맡았다.
약물의 효과는 도파민과도 관련이 있다. 흥분 상태로 이끌어 기분을 좋게 만든다는 것. 그렇기에 서로에게 끌리는 코니와 트리스탄은 그들의 사랑이 약물 때문인지 본래의 감정인지 혼란스럽다.


엄밀하게는 '코니가' 혼란에 빠진다. 이성적인 심리학과 학생에 남자친구까지 있는 그다. 도덕적 판단이 개입돼 자신의 감정을 애써 부인하려는 것이기도. 반면 트리스탄은 약물의 효과인지 아닌지 상관이 없다. 그에게 중요한 건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뿐.
여기에 두 사람 중 위약(가짜약)을 복용하고 플라세보를 겪는 이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인물들은 점점 더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우울증을 앓는 로나 역시 정신과 의사로서 이를 지켜보며 흔들리게 된다.
사랑, 우울, 기쁨, 슬픔. 인간의 삶을 크게 뒤흔드는 이 감정들이 어디서 기인하고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단순히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의 결과일까, 주변 환경이나 기억, 믿음에 의해 만들어지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극은 약물과 사랑, 우울이 뒤엉킨 상황을 통해 감정을 깊이 탐구한다. 물론 명확한 정답을 도출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인물들은 믿고 있던 신념이 뒤바뀌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건 감정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위로를 전하는 누군가의 소중함이 아닐까.
묵직한 공감과 질문을 안겨주지만, 무겁기만 한 극은 아니다. 특히 능글맞고 유쾌한 트리스탄으로 인해 웃음이 터지는 순간이 꽤 많다. 이를 잘 살려낸 류경수의 열연 또한 주목할 만하다.
코니 역 옥자연의 연기도 돋보인다. 어쩌면 극에서 가장 큰 감정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기쁨, 불안, 우울, 사랑. 그 모든 감정을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하나 아쉬운 건 두 개의 큰 서사 사이 몰입도의 차이. 코니와 트리스탄의 이야기는 전개뿐 아니라 대사나 행동, 표현 수위도 자극적이다. 반면 로나와 토비 이야기는 대체로 차분하다. 상대적으로 더 싱겁게 느껴지기에 반대편 이야기를 더 보고 싶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흰 무대와 의자 몇 개. 무대 세트는 단출하다. 그러나 영상 활용이 효과적이기에 밋밋함이 감춰진다. 관객이 직접 실험에 참여할 수 있는 순간을 연출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음향의 사용 또한 영리하다.

이번 한국 초연은 배우의 성별에 맞게 각색해 선보이는 젠더 벤딩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로나 제임스 역 김영민, 이상희, 이윤지, 토비 실리 역 양소민, 박훈, 민진웅, 코니 홀 역 박정복, 옥자연, 김주연, 트리스탄 프레이 역 오승훈, 류경수, 이설이 출연한다.
각 배우의 개성은 물론, 성별의 차이가 어떻게 극을 다르게 채색하는지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있겠다.
한편 '디 이펙트'는 오는 8월 31일까지 NOL 서경스퀘어 스콘 2관에서 공연된다.
사진=MHN DB, 레드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