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장민수 기자) 보는 동안 즐겁고, 보고 나서도 좋은 기분이 이어진다면 그것이 공연을 보는 이유가 아닐까.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연극의 가치를 제대로 일깨워준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16세기 런던, 슬럼프에 빠진 작가 윌 셰익스피어가 귀족 여성 비올라 드 레셉스를 만나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셰익스피어의 사랑에서 비롯됐다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영국 작가 리 홀에 의해 무대화됐다. 2014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첫선을 보였으며, 국내에서는 지난 2023년 초연 이후 두 번째 시즌이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는, 기적과도 같은 꿈과 사랑의 이야기다. 윌은 단번에 비올라와 사랑에 빠지고, 그에게 받은 영감으로 새로운 연극을 준비한다. 비올라는 여성으로서 금지된 배우라는 꿈을 이루고자 남장을 감행하고 연극에 참여한다.
그러나 순조롭지는 않다. 연극 준비는 엉망진창, 두 사람의 사랑에 장애물도 적지 않다. 연극도, 사랑도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점차 멀어지지만 간절한 소망에 '신비로운 일'들이 따른다.
이 모든 과정이 유쾌하게 전개된다. 엉뚱한 인물들, 난감한 상황의 연속. 진지함과 유머러스함의 엇박자에서 발생하는 웃음이 돋보인다. 윌과 비올라의 달달한 러브스토리도 무겁고 진중하기보다는 가볍고 유쾌하다. 물론 그 때문에 로맨스가 다소 묻히는 감이 없지는 않다.

연극에 대한 연극이기도 하다. 한 편의 연극을 올리기 위해 진심을 쏟는 모든 이들을 향한 헌사. 주연 배우들뿐 아니라 조연, 단역, 작가, 극장주, 투자자까지, 모든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해 존재감을 높인 점이 인상적이다.
이 모든 이야기가 하나로 어우러진 끝에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진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한다. 보는 동안에도, 보고 나서도 참 기분 좋아지는 작품이다.
목재 활용 무대 세트는 극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를 강화한다. 시대상을 반영한 음악으로 신비로움을 더했다. 또한 대형 턴테이블과 승강 무대로 극에 입체감과 속도감을 높였다. 유쾌한 이야기와 만나 지루할 틈 없이 꽉 찬 구성을 자랑한다.

이번 시즌 셰익스피어 역에는 이규형, 손우현, 이상이, 옹성우, 비올라 드 레셉스 역은 이주영, 박주현, 김향기가 캐스팅됐다.
옹성우는 이번이 첫 연극이다. 그런데 무대 연기가 크게 어색하지 않다. 윌 특유의 능청스러운 모습을 잘 표현했으며, 딕션과 발성도 좋다. 로맨스에 알맞은 뛰어난 비주얼도 갖췄다.
이주영은 지난 4월 '생추어리 시티'에 이은 두 번째 연극이다. 특유의 중성적인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특히 비올라의 당찬 모습을 표현함에 제격이다. 남장 연기 또한 자연스럽다. 다만 셰익스피어의 시구(詩句)를 읊는 장면에서는 그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는 듯해 아쉽다.
한편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오는 9월 1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쇼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