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제곱미터' 스틸 컷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84제곱미터'는 우리나라 아파트의 가장 대중적인 면적인 32평의 실평수 25.7평을 제곱미터로 표현한 것이다. 영화 '84제곱미터'는 이 84제곱미터를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한 '영끌족'이 층간 소음이라는 강적을 만나고, 그 강적의 충격적인 실체를 파악하게 되는 과정을 스릴러 장르로 긴장감 넘치게 그려냈다.
영화는 2021년,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서울 안에 있는 한 아파트를 매매하는 평범한 30대 직장인 우성(강하늘 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우성은 주택담보대출부터 퇴직금 중간 정산, 원룸 보증금까지 탈탈 끌어모아 내 집을 마련한 '영끌족'이다. 여자 친구와 결혼해 '자가'에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겠다는 그의 야무진 꿈은 파혼으로 인해 물거품이 돼버린다. 그리고 3년 뒤인 2024년, 우성은 높아진 대출 금리에 허덕이며 퇴근 후에도 배달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생계가 유지되는 숨이 턱턱 막히는 삶을 살고 있다.
그의 집 현관문에는 언제나 누군가가 써두고 간 쪽지가 가득하다. 아이들이 수험생이니 조용히 해달라는 1301호의 쪽지다. 1301호 부부의 아내는 "우리 남편이 여기서 나는 소리가 확실하다고 하더라"며 직접 우성을 찾아와 층간 소음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한다. 집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잠자는 것밖에 없는 우성은 억울한 마음에 위층을 찾아간다. 하지만 1501호 남자 진호(서현우 분)도 알 수 없는 소음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인 입장이다.

'84제곱미터' 스틸 컷

'84제곱미터' 스틸 컷
휴가까지 내고 밤낮으로 코인 추세만 보고 있는 그의 발목을 잡는 일이 발생한다. 소음이 갈수록 더 심해져, 아파트 주민들이 범인으로 추정되는 우성의 집 앞에 모인 것. 억울한 우성은 해명을 해보려 하지만 잘되지 않고, 사람들의 요구로 집을 공개하게 되는데 거기서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가 나타나 당황스러운 상황에 부닥친다. 타이밍이 중요한 코인 매도의 순간에 층간 소음 범인으로 지목된 우성은 의심을 벗어날 수 있을까.
'84제곱미터'는 층간 소음과 그로 인한 이웃 간의 갈등, '영끌족', '빚투'와 부동산 투기 등 현실적인 소재들을 스릴러 장르 안에 버무렸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계층 간의 갈등이 등장한다. 은화가 가장 꼭대기 층에 살고 우성의 위층에 언론인인 진호가, 아래층에는 세입자 부부가 살고 있는 인물들의 수직적인 구조가 이를 형상화했다. 이 같은 구조는 봉준호 감독의 명작 '기생충'을 떠올리게 만든다. 물론 '84제곱미터'는 '기생충'처럼 은유가 풍부한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조금 더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들을 직접적으로 다루며 공감을 자아내는 쪽이다.
층간 소음의 원인이 밝혀지는 결말은 다소 계급적으로 해석된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파국을 맞이하지만, 영화는 어느 쪽이 더 악한지를 확실하게 드러낸다. 가해자들의 직업 설정과 갈등 원인이 다소 도식적이고 쉬운 선택처럼 느껴지는 지점이 없지 않다. 텅 빈 아파트에 돌아온 우성의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이렇게까지 해서 아파트에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며 의미심장하게 끝난다.
배우들의 연기가 백미인 영화다. 강하늘과 서현우, 염혜란 등 세 명의 주연 배우는 선한 이미지와 악한 이미지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결말의 파국을 더욱 충격적으로 만든다. 상반기 개봉한 '야당'에 이어서 또 한 번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는 강하늘의 모습을 보는 것도 팬들에게는 흥미로운 관전 요소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상영 시간은 118분이다. 오는 1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