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우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전독시’는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판타지 액션이다. 글로벌 흥행한 인기 웹소설, 웹툰 지식재산권(IP)이 원작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더 테러 라이브’, ‘PMC: 더 벙커’를 연출한 김병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쌍천만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가 제작을 맡았다.
‘전독시’는 올해 극장에 출격하는 한국 영화 첫 텐트폴 대작이다. 제작비 300억 원이 투입된 블록버스터로, 개봉에 앞서 해외 113개국에 선판매 쾌거를 달성했다.
김병우 감독은 원작을 둔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유독 ‘전독시’를 향한 원작 팬들의 우려가 많은 것 같다는 질문에 “아부도 모르시는 것보다 관심 가져주시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이 영화를 하겠다고 결정한 순간부터 앞으로 펼쳐질 부분들에 대해선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만큼 이 작품을 내 입맛대로 바꿀 수는 없겠단 생각이 들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이야길 좋아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은데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만들어진 영화로 팬들이 다시 작품을 본다고 했을 때 얼마나 만족이 가능할까 고민이 있었다”며 “처음부터 조심스러웠다. 제작사 원동연 대표님이 실제 관련한 일례를 말씀주신 적도 있다. 원작 캐릭터 한 명을 없앤 적이 있으시다고 하더라. 그때의 반응들을 이야기해주시며 그런 수정, 삭제의 지점은 특히 세심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도 하셨기에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처음부터 여러 부담이 있었기에 이 영화를 맡겠다고 말하기까지 2년의 망설임이 있었다고도 고백했다. 김 감독은 “이것을 영화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그 전제로 원작 웹소설을 다 읽고 나서 영화를 하겠다고 대답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처음 소설을 읽을 때는 이게 너무 재밌고 신선하고 새로운데 영화란 매체로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감이 도저히 안 잡히더라”며 “심지어 자신은 영화에 등장인물의 내레이션을 쓰는 걸 꽤 금기로 취급했던 입장인데 내레이션에 화면에 시나리오 상태창까지 난무하니 이게 가능할까, 만들어질 수 있을까,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편히 관람하게 만들 수 있을까 막막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표방한 장르는 판타지 액션이지만 이 작품은 그 안에 굉장히 많은 장르적 요소가 혼합돼 있다. 그 면모들까지 어떻게 충분히 즐기게 할 수 있는지를 두고 오랜 고민을 거쳤다”며 “그렇게 나름의 확신을 가지기까지 2년이 걸렸다. 이후부턴 작업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더라. 결정 후 시나리오 작업은 1년도 채 안 걸렸다”고 덧부텼다. 이렇게 하면 어느 정도 잘 풀리지 않을까 나름의 확신이 생긴 게 2년 걸렸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그 작업을 하는데 그렇게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1년이 채 안 걸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주 많은 소재가 혼합된 원작을 어떻게 원작을 안 본 관객들까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로 만들까, 이게 가장 큰 질문거리였다”며 “그러다 보니 순차적인 정리가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번 영화에선 작품이 끝나는 시점이 원작을 기준으로 굉장히 초반부에 해당한다. 원작의 배후성이 전면에 등장할 타이밍이 아니었다. 또 한 편의 영화에 너무 많은 정보를 넣으면 정보의 범람으로 관객들에게 혼선을 줄까봐 우려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뭐든 순서가 있는 것이니까. 그래서 지금의 영화 안에 모아놓은 소재와 장르만으로 정보는 충분하다는 판단이 됐고 차후에 영화가 잘 돼 후속편을 만들 기회가 주어지면 그 지점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게 남아있는 숙제라고도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원작을 영화로 변형하며 각색, 연출 과정에 특히 신경을 기울인 요소는 ‘체험형’ 콘텐츠였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망설임을 딛고 원작의 어떤 매력에 이끌려 영화 연출을 결심했냐 묻자 “영화가 관객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체험형, 참여형이 돼야 재밌지 않겠나 생각이 들었다”며 “원작 역시 책의 첫 페이지에서부터 제목답게 ‘전지적 독자 시점’의 작품임을 표방하더라. 김독자란 인물에 대중을 빙의시켜 작품 안으로 이끄는 느낌을 받았다. 이 팀과 한 무리가 돼 같이 다니는 느낌을 원작에서도 굉장히 중시해서 주인공이 가진 질문을 독자들도 되짚어 보게 만드는 참여형 콘텐츠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김독자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서사를 각색하며 적용한 기준도 언급했다. 그는 “그들이 세계가 멸망하기 전까지 서로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관계가 아니다. 극 중 유상아(채수빈 분)와 김독자(안효섭 분)도 같은 회사라 서로 얼굴은 알고 지냈지만, 전화번호까지 교환한 사이는 아니었을 거다. 마침 같은 지하철에 타 짧은 대화를 나누다 역에서 내리면 앞으로 볼 일이 없는 그런 사이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라며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어떤 문제점을 해결해간다는 것, 그게 시나리오 작업할 때 생각한 하나의 규칙이었다”고 떠올렸다.
또 “나머지 인물들도 전부 그 지점을 맞추려 했다. 김독자가 읽은 소설 속 인물인 이현성(신승호 분)을 예로 들면, 이현성은 어떠한 트라우마로 본인이 지닌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소설 내용에서도 초반부에 퇴장하게 됐다”라며 “소설에서 주인공 유중혁처럼 스포트라이트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연이나 단역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있지 않나. 그게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이며 극 중에선 주인공 김독자가 그렇다. 소설 밖, 소설 안 다른 인물도 그렇게 세팅한다면, 소설 안 인물과 현실의 인물이 만나 문제를 해결해간다는 나름의 규칙에는 부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본 원작 작가의 반응도 전했다. 김 감독은 “작가님께서는 어떤 원작을 기반으로 영화, 드라마를 만든다 했을 때에 그에 대한 이해와 관용도가 크게 있으셨다”며 “그래서 어떤 가이드라인을 크게 제시해주신 건 없었다. 종종 둘이 만나서 자장면을 함께 먹고 그런 적은 있었지만 작품 관련 당부 등 특별한 말씀은 없으셨다. 다만 어저께 시사회에서 짧게 문자를 나눴는데 아주 재밌게 보셨다고 보내주셨다”고 귀띔했다.
‘전독시’는 23일 개봉한다.